美 은행주 '스톡런' 시작됐나…"매수 기회일 수도"


미국 은행위기로 뉴욕증시에서 은행주 매도심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주가 하락폭이 큰 만큼 오히려 주식을 살 기회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주가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미 은행주들의 주가가 4주 연속 폭락하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투자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분석했다.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한 주 동안 은행주에서만 21억달러(약 2조8220억원)가 빠져나갔다. 지난해 5월 이후 최대치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은행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 ‘엑소더스’가 관측되고 있다. SPDR 금융주 펀드에서도 최근 2주 동안 2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지난 3월 시작된 은행위기 이후 지역은행 주가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웨스턴 얼라이언스 은행은 53% 이상, 코메리카 은행은 51% 이상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S&P500에서 수익률 하위 10개 종목 중 8개가 은행주다. 21개 은행들을 추적하는 KBW은행지수는 3월 초 이후 33% 이상 떨어졌다. 최근에는 공매도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진 상태다.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시그니처뱅크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파산했고, 미 중앙은행(Fed)이 아직 긴축 사이클을 끝내지 않은 탓이다. 또다른 파산 은행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는 것이다. 지난 11일에는 팩웨스트뱅코프가 지난 5일까지 1주일 동안 예금이 9.5% 감소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은행주의 낙폭이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호브드 그룹의 벤 젤린저 애널리스트는 “웨스트얼라이언스은행의 경우 파산에 대한 우려가 적은데도 투자자들의 집단 매도심리로 주가가 비합리적인 상태”라며 “내년에는 주가가 현재의 2배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제롬 파월 Fed 의장도 5월 기준금리 인상 후 은행 시스템이 건전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금융당국과 월가의 주장이 투자자들의 은행주 매도심리를 잠재우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은행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머니마켓펀드(MMF)로 이동하면서 줄어드는 예금, 경기침체 우려로 커지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위험 등이 은행주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해서다. 헤지펀드 리버모어파트너스의 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 데이비드 노이하우저는 “현재로서는 지역은행이 매수 대상이라고 확신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