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흔들린다"…유럽 은행들이 EU에 반기 든 이유

런던청산소 이전 계획에 반기든 유럽 은행들
스위스크레딧 등 파산에 '금융 안정성' 흔들
"EU 계획 실행불가…시장 혼란 불러올 것"
EU "청산소가 유럽 밖에 있는 게 위험 요인"
2025년 6월이면 런던청산소 유럽으로 옮겨야
유럽 최대 규모 은행들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라 런던 청산거래소를 유럽으로 옮기려는 유럽연합(EU)의 계획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즈는 14일(현지시간) BNP파리바, 도이치뱅크, 소시에테제네랄 등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유럽 최대 은행들이 추가 비용과 청산효율 저하를 우려해 EU의 런던청산거래소 이전 계획을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산소는 선물 거래에서 계약 이행이나 결제를 보증하고 거래가 끝날 때까지 선물 매입자와 매도자 각각의 계약을 관리하는 기관을 말한다. 이 중 런던청산소(LCH)는 유로 파생상품의 77%를 결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청산결제거래소로 평가된다.

EU는 영국이 2016년 브렉시트를 국민투표로 결정한 이후 이 청산소를 유럽으로 옮겨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들의 주장과 반대로 청산소가 유럽 밖에 있으면 EU 금융 체계에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2017년 EU집행위원회에 제출했다.

EU는 영국 등의 반발과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이러한 계획을 유예해왔다. 런던청산소는 EU 청산소와 동등한 지위를 유지했다. 다만 오는 2025년 6월 이러한 유예조치를 종료할 계획이라고 EU는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은행들이 이전 계획에 반기를 들고 나선 데는 스위스 은행인 크레딧스위스와 미국 지역은행들이 파산하며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됐기 때문이다. 유럽 주요 은행과 런던청산소는 EU의 계획이 실행 불가능하며 유럽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런던청산소가 이전에 따른 추가 비용과 청산 효율 저하도 은행들의 걱정거리 중 하나다.

청산소 이전으로 국제 금융도시인 런던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영국 정계도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고 있다. 한 영국 관료는 "영국에 호의를 베푸는 것이 곧 EU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금융 업계가 런던을 필요로 하고 청산소 이전에 따른 은행들의 대규모 이탈은 EU도 피하고 싶은 결과라는 얘기다.

CNN머니는 런던청산소가 이전할 경우 런던 일자리 8만3000개가 없어질 것이라고 2017년 보도했다. 청산소 이전 후보지로는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이 거론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