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NOW] 北 조평통 결성 62주년…2020년 이후 '유명무실'

위원장 공석에 대변인 담화도 중단…"남북관계 경색 반영"
한국의 통일부 격인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지난 13일 결성 62주년을 맞았지만, 남북관계 경색 등 여파로 유명무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평통은 통일을 촉진하기 위한 상설기구로, 1961년 5월 13일 김일성 주석의 발기로 결성됐다.

북한 각 정당·사회단체를 대표하는 33명의 준비위원이 모여 노동당 외곽단체의 하나로 조직됐으며 당시 부수상 홍명희가 위원장을 맡았다.

김일성은 1960년 남한 내 4·19혁명과 8월 14일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 제시로 남북 모두에서 통일 논의가 가열되자 대남 전략에 활용하기 위해 조평통을 결성한 것으로 관측됐다. 조평통은 명목상으로는 조국통일을 위한 각계각층의 연대기구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남공작을 담당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공개적으로 나서서 처리하기 어려운 일을 분담하는 당 외곽기구 역할을 했다.

통일문제, 남북대화 관련 당 입장을 대변하거나 옹호했으며, 남한과 해외 인사를 대상으로 연방제 통일 실현 투쟁을 고취해 왔다. 또 남한에 주요 사건이 발생하거나 새로운 정책이 나오면 서기국 보도나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북측 입장과 반응을 대변했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포함된 중앙위원회를 중심으로 상무위원회와 서기국을 두고 있다.

중앙위 산하에 조직부와 선전부, 회담부, 조사연구부, 총무부, 자료종합실 등 부서가 있다. 기관지인 '조국통일'을 발행하고 있다.

2003년 4월부터는 산하 조직 '조선륙일오편집사'를 통해 대남선전 및 대외홍보를 위한 인터넷 매체 '우리민족끼리'를 운영하고 있다.

조평통은 김정은 시대 들어 당 외곽기구에서 정식 국가기구로 변신했다.

2018년 3월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 회담이 열렸을 때 리선권 당시 조평통 위원장이 북측 대표단 단장을 맡았으며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등이 대표단에 포함됐다.
같은 해 8월 문재인 정부의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회담에도 조평통의 리 위원장이 북측 대표단 단장을 맡았고 박용일 부위원장이 대표단에 포함됐다.

그러나 2020년 1월 리선권이 외무상에 임명된 이후로는 후임 조평통 위원장 선임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고 활동도 뜸해졌다.

매년 여러 차례씩 나오던 조평통 대변인 담화는 2019년 8월 "두고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라는 내용의 담화를 마지막으로 더는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은 2021년 3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서 "현 정세에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 대화기구인 조평통을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평통은 북한 매체의 보도에서도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조평통이 약화하면서 남한 국가정보원에 대응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 군 보위사령부, 국가보위성 등 대남 공작기관에 힘이 실린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리선권은 외무상을 거쳐 2022년 6월 통일전선부장을 맡아 대남공작을 지휘하고 있다.

통일부는 작년 9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 제안이 담긴 권영세 장관 명의의 대북 통지문을 리선권에게 전달하려고 했다.

그러나 북측은 응답하지 않은 채 남북연락사무소 통화를 일시 종료하기도 했다. 김종수 동국대 교수는 조평통의 위상 약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남북 관계에 대한 북측 판단이 반영된 것 같다"며 "당분간 협상 가능성이 없지만 남측과 관계가 개선되면 조직 강화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