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2차전지株 후진…"중장기 성장성은 유효"

너무 달렸나…조정 깊어져

배터리 공급과잉 등 우려에
에코프로·엘앤에프 올 30% 뚝

증권가 "최소 수십조 수주잔액
양극재 등 기술 주도株 주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차전지 관련주의 하락세가 커지고 있다. 주가 고평가 논란에 MSCI지수 편입 불발, 배터리 공급 과잉 우려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다. 증권업계는 올 들어 몇 배씩 급등했던 종목들의 단기 과열이 해소되면서 업종 전반에 충격이 전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실적과 주가가 반등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코프로 관련주 급락세

15일 에코프로는 4.23% 내린 52만10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11일 고점(82만원) 대비 36.5% 떨어졌다. 이날 에코프로비엠도 1.76% 떨어졌다. 올해 큰 폭으로 오른 나노신소재(-4.5%), 코스모화학(-2.69%), 엔켐(2.91%) 등도 약세를 보였다.
주가가 급락한 것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에 더해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의 법정 구속, 단기 실적 우려 등 악재가 연달아 터졌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가 급등 과정에서 가려졌던 악재들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코프로의 경우 최근 MSCI지수 편입에 실패하며 실망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규 자금 유입을 기대하고 진입한 투자자들이 매도세로 돌아선 것이다.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양극재 업체들은 출하량 둔화, 원재료 가격 하락 등으로 올해 1분기 기대 이하 실적을 내면서 주가가 고점 대비 30%가량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배터리셀 업체들은 테슬라의 성장 둔화 우려에 올해 고점 대비 11~14% 빠졌다.

“2차전지 성장성 유효하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단기에 급락하면서 우려가 과도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터리 공급 과잉설’이 대표적이라는 설명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양극재 업체들은 20년치 수주 잔액을 들고 있다”며 “매출과 이익은 계속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예상 매출이 5조8474억원인데, 지난달 말 기준 수주 잔액은 92조원에 달한다.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다른 양극재 업체들도 수주 잔액이 최소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도 작년 말 수주 잔액이 385조원이었다.

개인투자자 매수로 급등한 종목들의 과열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실적 규모가 비슷하지만 시가총액은 에코프로비엠이 3배 가까이 높다”고 언급했다.이날 종가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시총은 21조8586억원이다. 엘앤에프는 8조8605억원이다. 두 회사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각각 5805억원, 3489억원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에코프로 관련주를 제외한 다른 2차전지 관련주는 가격 조정이 거의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차전지 업종 내에서도 주가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배터리 분리막, 전해질, 배터리 재활용 등 진입장벽이 낮은 산업은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어서다.

김태홍 대표는 “양극재, 음극재, 전고체 등에서 기술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높은 가치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