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물류+빅데이터'…주류 유통 판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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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물류 경험' HL홀딩스30년 넘게 자동차 부품 물류를 해온 HL홀딩스가 온라인 주류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벨루가브루어리와 손잡고 주류 전문 물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양사는 3분기에 주류 전문 풀필먼트 서비스 ‘타이드(TIDES)’를 공식 출시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탄탄한 물류 인프라와 스타트업의 데이터가 결합한 스마트 주류 물류서비스다. 전에 없던 물류 시스템 도입으로 주류 유통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주류 플랫폼' 벨루가와 맞손
풀필먼트 서비스 출시하기로
수요예측·타깃 마케팅 등 가능
재고 리스크 줄이고 비용 절감
1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HL홀딩스가 설립한 동탄냉장 물류센터가 주류 물류 풀필먼트의 전진 기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2020년 경기 화성 동탄에 준공된 동탄냉장은 10만2574㎡(약 3만1028평) 규모의 아시아 최대 냉장 물류센터다. 검역·통관부터 콜드 체인 수송·배송까지 한 번에 서비스가 가능하다. 벨루가의 소프트웨어와 HL홀딩스의 하드웨어가 결합한 타이드는 △수요 예측 △낱개·혼합 배송 △물류 재고 관리 소프트웨어 △콜드 체인 보관·운송 등 스마트 물류 풀필먼트를 제공할 예정이다.2017년 설립된 스타트업 벨루가는 온라인 주류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며 주류 제조·수입사→도매상→상점으로 이어지는 주류 시장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전국 1만여 개 상점과 300여 개 공급사, 도매상 400여 개사가 벨루가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이 거래한 이력을 토대로 수요 예측 데이터, 타깃 마케팅, 거래처 전용 발주 관리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HL홀딩스는 벨루가의 주류 유통 데이터를 활용해 물류 보관을 넘어 상점에 직접 배송하는 ‘주류 직배송’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각 상점에서 벨루가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발주하면 타이드에서 자동 출고해 상점까지 직접 배송하는 방식이다. 또 주류 수입·제조사 등 공급사가 벨루가 플랫폼에 상품 정보를 올리기만 하면 타이드가 수입부터 상점 영업 및 납품까지 가능한 직배송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갈 계획이다.
디지털 전환(DX)을 앞세운 스마트 풀필먼트의 등장으로 주류 시장은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주류 물류 시장은 KCTC, 나라셀러, 에르메스로직스, 글로벌스타로지스틱스 등 물류 회사가 공급사에서 물건을 받아 도매상에 ‘포워딩(전달)’하면, 전국 1200여 개 도매상이 상점에 배송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스마트 주류 풀필먼트가 정착되면 공급사는 잘 팔리는 상품 가격대와 수요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만 수입해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희귀 와인을 수입하는 다양한 1인 공급사도 등장할 수 있다. 물류 역시 데이터 기반 운송경로 최적화를 통해 쿠팡처럼 한 번에 배송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도매상은 플랫폼에서 발주된 물건만 사입해 재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김상민 벨루가 대표는 “벨루가는 ‘용산 오마카세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술은 1만5000원대 사케’와 같은 세세한 주류 유통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며 “타이드 서비스는 이런 주류 유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요 예측과 운송 경로 최적화를 통해 주류 물류 시장의 판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