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한 중소형 공모주 시장…후발주자 '눈치'

토마토시스템, 공모가 밑돌아
에스바이오도 연일 하락세

고평가·오버행 논란에 주춤
일부 기업, 공모일정 미룰 듯
▶마켓인사이트 5월 15일 오전 11시 24분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을 주도해온 중소형 공모주 흥행 열기가 한풀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평가 논란과 오버행(대규모 잠재 매도 물량) 이슈 등이 불거지며 투자 심리가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달 전부터 코스닥지수까지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공모를 앞둔 IPO 예정 기업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세포 치료제 전문기업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지난 4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날부터 연일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상장 당일 시초가는 공모가(1만8000원)보다 높은 2만3150원에 형성됐지만 18.66% 급락해 1만88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5거래일 만에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주가는 이날까지 나흘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1만6920원에 마감했다.

토마토시스템은 지난달 27일 상장 첫날 공모주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겨줬다. 시초가가 공모가(1만8200원)보다 낮은 1만8100원으로 시작해 주가가 연일 하락했다. 이날 주가는 1만1880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중소형 IPO는 대어급이 사라진 틈을 타 적은 공모금액과 저평가 매력을 앞세워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 상장한 IPO 기업 19곳(리츠, 스팩 제외) 중 공모가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에스바이오메딕스, 토마토시스템 두 곳밖에 없다.시장에선 중소형 공모주 흥행 열기가 한순간 식을까 봐 걱정이 적지 않다. 지난달 11개월 만에 900선을 넘긴 코스닥지수도 한 달 새 약 9% 하락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중소형 IPO가 연이어 흥행하자 IPO 기업들이 과감하게 기업가치 눈높이를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튼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기존 공모주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도 IPO 공모 과정에서 주식을 매도하려고 나서면서 오버행 우려도 커졌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공모주 몸값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오는 19일 상장하는 씨유박스는 이달 초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86 대 1, 일반청약 53 대 1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공모가는 희망 가격 범위(1만7200~2만3200원) 하단을 밑도는 1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시장 분위기가 냉랭해질 조짐을 보이자 공모를 앞둔 프로테옴텍과 나라셀라 등 예비 IPO 기업은 뒤늦게 목표 기업가치를 각각 하향 조정하며 시장과 눈높이 맞추기에 나섰다. 프로테옴텍은 당초 시가총액 범위를 997억~1196억원으로 제시했다가 890억~1090억원으로 낮춘 뒤 최근엔 717억~877억원까지 내려 잡았다. 나라셀라는 예상 시총을 1417억~1674억원에서 1288억~1545억원으로 낮췄다.일부 기업은 기관투자가의 투자 심리를 살피며 공모 일정을 미루고 있다. 시장 분위기가 침체기로 완전히 돌아서지 않은 만큼 막판까지 눈치를 살피겠다는 전략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그동안 중소형 IPO는 기업의 기초체력보다 업종 테마와 수급 이슈로 흥행한 사례가 대부분이었지만 약세장에선 투자자 사이에 옥석 가리기가 냉정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