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2만명이 '노마스크 떼창'…CJ ENM 한류콘서트 대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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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이후 첫 '케이콘 재팬'“제로베이스원! 규빈!”
관객 역대 최다…작년보다 2배↑
팬들 목 터져라 "르세라핌" 외쳐
지난 14일 밤 일본 지바에 있는 동양 최대 규모의 컨벤션 센터 ‘마쿠하리 멧세’를 가득 메운 소녀팬들은 목이 터져라 한국 아이돌의 이름을 외쳤다. 대형 화면에 뜨는 아이돌 스타의 표정 변화, 몸짓 하나에 공연장이 들썩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한류 이벤트 ‘케이콘(KCON) 재팬 2023’ 현장은 뜨거웠다.한·일 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던 작년 10월 도쿄에서 열린 케이콘에서도 일본 한류 팬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원을 보여줬다. 올해 케이콘은 그때와는 또 다른 열기로 가득했다. 이유가 있었다. 일본은 8일부터 코로나19를 독감과 같은 등급으로 낮췄다.
그 덕분에 이날 공연장을 찾은 팬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됐고, 자유롭게 함성을 지를 수 있었다. 1만5000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지난 3년을 한풀이하듯 청춘을 발산했다.
관객이 곱절로 늘어난 영향도 있었다. CJ ENM은 사흘간의 행사 동안 12만3000명이 공연을 즐겼다고 15일 밝혔다. 6만5000명이 들었던 작년 10월의 두 배다. CJ ENM이 2012년 미국에서 처음 케이콘을 연 뒤 최고 기록이다. CJ ENM 관계자는 “코로나19 동안 공연장을 피하던 팬들이 몰리면서 관객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 개선의 영향도 눈에 띄었다. 한·일 간 왕래가 자유로워지면서 이날 공연장에는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을 보기 위해 일본을 찾은 한국 팬들이 많았다.표를 구하지 못했지만 일단 무턱대고 공연장을 찾은 팬들도 수백 명이었다. 티켓을 손에 든 기자가 공연장 로비에 들어서자 “표를 양보해 주실 수 없나요?”라며 매달리는 소녀팬도 있었다. 이들은 공연이 시작되자 로비 바닥에 주저앉아 스마트폰으로 라이브 중계를 시청하며 어깨를 들썩였다.
공연장 밖 로비를 가득 메운 이들의 모습에 한류의 위상과 동시에 현장감에 목마른 젊은 팬의 간절함이 전해졌다. 전 세계에 중계된 이번 공연을 온라인으로 즐긴 한류 팬도 567만 명에 이른다.
11년째를 맞은 케이콘은 한류 콘서트에서 한국의 문화와 산업을 세계에 홍보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낮 동안 열린 컨벤션 행사장에서는 한국 요리와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을 다룬 259개 부스와 169개 프로그램이 열렸다. 일본 팬들의 관심이 커서 CJ ENM은 홀 한 개를 추가로 빌려야 했다.중소벤처기업부와 협력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K컬렉션’도 열렸다. 뷰티업체 22곳을 포함한 40개 기업이 참여해 일본 소비자에게 회사를 홍보하는 기회를 잡았다. 행사에 참가한 ㈜영풍은 일본 현지 업체와 5억엔(약 49억원) 규모가 넘는 수출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지바 마쿠하리=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