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바이든 英 패션연대 알아챈 젤렌스카 "지지·연대 매우 중요"

"침략자 승리는 전세계의 패배…뉘우치지 않는 살인자와 휴전 테이블 못 앉아"
"러, 아동 납치해 '부모가 버렸다' 속여…1만9천396명 어린이 아직 억류"
"바이든 가족의 의상을 봤을 때 바로 색상 선택을 알아채지 않을 수 없었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16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 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현장에서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을 연상케 하는 파란색과 노란색 의상을 입고 등장, 화제를 모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손녀 피네건 바이든의 모습을 봤을 당시 상황을 이렇게 돌이켰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해 이러한 지지와 연대는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인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미국 영부인의 '패션 연대'에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그날 우크라이나 국기 색으로 차려입은 바이든 여사와 손녀의 사진이 우리나라에 많이 돌았다"며 "우크라이나의 비극적인 사건들에 점점 익숙해진다는 소식을 이따금 접하는 와중에, 전면전이 15개월이 된 지금도 이러한 지지를 보내준 데 대해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나는 런던에서 바이든 여사와 이야기를 나눌 여러 기회를 가졌다"며 "먼저 우리는 버킹엄궁전에서 열린 대관식 전야 행사에서 만나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한 끔찍한 포격과 우만에서의 참상, 고층 아파트 타격 등 우크라이나 최근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며 "그 다음날 우리는 대관식에서 만났다"고 전했다.

작년 7월 첫 미국 단독 방문을 시작으로 전세계를 종횡무진하며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는 '특사' 역할을 하는 젤렌스카 여사는 이번 서면 인터뷰 내내 전쟁 장기화에 피로도 누적을 경계하며 전세계의 관심과 지원, 연대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그는 "극단적인 상황에 부닥칠수록 영부인들이 국제적으로 더욱 영향력 있는 세력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힘을 가지고 있다"라고도 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역사의 법정에서 증언이 갖는 힘을 믿는다"며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필요로 하는 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전 세계라는 점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

침략과 공격, 폭력이 용인 가능한 생존의 규범이 되는 선례를 남겨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중 특히 러시아의 아동 납치 범죄와 관련해 유엔과 유럽평의회 의회 협의체(PACE)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에서 문제를 제기해왔다.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리야 리보바-벨로바 러시아 아동인권 담당 위원이 아동 '불법 이주' 범죄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젤렌스카 여사에 따르면 최근 집계 기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러시아에 붙잡혔다가 구조된 사례가 361개 있으며, 여전히 러시아에 억류된 아이들도 1만9천396명에 이른다.

그는 러시아 점령군이 아이들의 부모를 죽이거나 아이들을 가족한테서 강제로 떼어내는 방식으로 아동 납치를 자행한다며 몇 가지 사례를 직접 들었다.

일례로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의 12살 소년 사슈코는 러시아군 포위 직후 엄마인 스니자나와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

러시아군은 사슈코에게 엄마가 그를 버렸다고 속이기도 했다.

다행히 사슈코는 구조됐지만, 스니자나는 여전히 점령군 손에 있다.

젤렌스카 여사는 사슈코 외에도 아빠가 폭격으로 사망해 도네츠크에 끌려간 12살 소녀 키라, 러시아인에게 입양될뻔한 세남매 등의 사연을 소개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이러한 이야기는 점령군이 어떻게 아이들을 납치하는지, 그 끔찍한 '기술'을 보여준다"며 "지금 이순간에도 사슈코 같은 아이들이 자신들이 버려졌다는 거짓말을 듣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헤이그 법원(ICC)은 불법이주 용의자로 2명을 지목했지만 실제로는 수천 명이 연루돼 있다"며 "한 개인의 우발적 범죄가 아닌 총체적인 정책과 메커니즘이고,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의 징후도 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카 여사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와 휴전을 논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우리는 승리로 얻어진 평화에만 만족할 것"이라며 "추상적인 휴전으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방금 당신의 친척과 이웃을 죽인 손과 악수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뉘우치지 않는 살인자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에서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다는 지적에 젤렌스카 여사는 "관심이 줄어드는 걸 두려워해야 할 쪽은 우리가 아닌 전세계"라며 "침략자가 승리하면 전 세계가 패배하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역사를 통해 침략자가 처벌받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다.

그를 멈추게 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자기보호를 위해 그 누구도 관심을 잃어선 안된다.

이는 당신 자신의 목숨과 전 세계의 미래에 관심을 갖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올레나 젤렌스카 재단'을 통해 우크라이나 위탁 가정 주택 지원 프로젝트, 무장애(Barrier Free) 접근성 프로젝트, 정신건강 재건 프로그램 등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특히 올해 9월 세 번째로 열리는 '키이우 퍼스트레이디 앤 젠틀맨 정상회의'에서도 '정신건강'을 주요 주제로 내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무런 처벌 없이 공격할 수 있는 세상은 안전한 곳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