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에 손잡는 美·日 낸드 대표주자…삼성 위협하나

낸드 2·4위 키오시아·웨스턴디지털 합병 가속화
삼성전자 '치킨 게임' 맞선 전략적 제휴로 평가
사진=연합뉴스
낸드플래시메모리 세계 점유율 2·4위인 일본의 키오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반도체 한파를 계기로 합병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보도가 15일(현지시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양사가 합병 협상을 가속화하고 거래 구조를 확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이 행동주의 투자자인 앨리엇 매니지먼트의 요구에 따라 플래시메모리 사업부를 하드드라이브 사업부와 분리하면, 이를 키오시아와 합병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합병 법인의 지분은 키오시아가 43%, 웨스턴 디지털이 37%, 나머지 지분은 기존 주주들이 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각각 미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낸드플래시 제조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두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20.6%, 12.6%다. 단순 합산하면 삼성전자(31.4%)를 뛰어넘는다.

두 기업의 합병 소식이 다시 본격화한 데는 반도체 시장을 덮친 불경기의 영향이 크다. 양 측은 2021년 합병 협상을 진행했으나 가치평가 등에 대한 의견 차로 인해 결렬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 금리가 오르고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면서 반도체 불황이 찾아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과 마찬가지로 키오시아는 올해 1분기 1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웨스턴디지털도 5969억원 적자를 봤다.


이처럼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하강할 수록 손실을 버틸 수 있는 '기업 규모'는 더 중요하다. 자본력이 탄탄하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낮은 반도체 가격을 유지하고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해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까지 반도체 감산을 미룬 게 대표적인 사례다.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은 이같은 반도체 한파를 버텨내기 위한 전략적 제휴로 평가된다. 양사는 이미 일본에서 스마트폰, 개인용 컴퓨터, 데이터 센터 서버에 사용되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칩을 공동으로 생산하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