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외교공관서 일했던 자국민 체포…"외국과 비밀 협력"

"혐의 확정되면 최대 8년형"…우크라 전쟁으로 미러 갈등 와중
러시아 보안당국이 주러 미국 외교 공관에서 일했던 자국민을 외국과 협력한 혐의로 체포해 구속했다고 관영 타스 통신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전(前) 주러 미국 대사관 직원 로베르트 쇼노프를 체포했다면서 그에게 '외국 국가 및 국제 조직과의 비밀 협력' 혐의가 적용됐다"고 전했다.

이 혐의는 러시아의 안보에 명백히 반하는 활동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외국 국가 및 국제 조직과 협력한 러시아인에 적용된다.

쇼노프가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을 했는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재판을 통해 혐의가 확정될 경우 최대 8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쇼노프는 수도 모스크바로 이송돼 간첩 등 중범죄자들이 갇혀 있는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수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쇼노프가 주러 미국 대사관이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서 일했던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로이터 통신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서 일했던 러시아인 직원이 외국과 비밀 협력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은 2020년 12월부터 폐쇄된 상태다.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역 법원은 "러시아인이 외국과 비밀리에 협력한 혐의로 체포됐고 3개월간 구속됐다"고 확인했으나 언제, 어디서 체포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주러 미 대사관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관련 소식을 접했으나 아직 구체적 정보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주재 미 외교 공관 전 직원 체포 사건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서방간 긴장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일어났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개시한 이후 보안 감시 활동을 크게 강화했다.

FSB는 앞서 지난 3월 말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모스크바 지국 특파원으로 일하던 미국인 에반 게르시코비치를 간첩 혐의로 체포해 역시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수감했다.

FSB는 "게르시코비치가 미국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 군산 복합 기업 중 한 곳의 활동에 대한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WSJ과 미국 정부는 그의 스파이 혐의를 부인했으며, 미 국무부는 "그가 부당하게 억류돼 있다"고 항의했다. 미 CNN 방송은 지난 11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게르시코비치 석방을 위해 포로 교환과 일부 대러 제재 완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