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2500원 카레밥…의원들은 장어·갈비찜까지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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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측 "학생들 불쾌할 거라 생각 못 해"대학생이 모인 기숙사 건물에서 정책 간담회를 연 도지사와 국회의원 등이 학생 식당에서 식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과 모여있는 자리에서 본인들만 특식을 먹은 것으로 알려져서다.
허은아 "20세기판 권위 의식 버리지 못한 것"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 9일 충북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충북학사 기숙사에서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이날 자리에는 김 지사와 지역 국회의원 8명을 포함해 주요 실·국장이 2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와 의원들은 간담회 후 학생 식당에서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는데, 이들 모두 학생 식당 측에서 쳐준 칸막이 안쪽에서 밥을 먹었다. 문제는 함께 자리한 이들과 학생들의 메뉴가 달랐다는 것.
김 지사와 의원들의 식판에는 전복 내장 톳밥, 아롱사태 전골, 돼지갈비찜, 장어튀김 등이 있었으나, 같은 시간 학생들 식판에는 카레밥, 된장국, 단무지 등만 있었다고 MBC충북이 전했다.저녁 재료 원가로만 따지면 갈비찜이 포함된 만찬은 2만8000원, 학생들의 카레밥은 2700원으로 파악됐다. 10배 이상 차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충북도 측은 "국회와 가까워 충북학사에서 행사를 진행했다"며 "학생들이 불쾌할 것으로 차마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1세기판 반상의 차별인가. 아니면 20세기판 권위 의식에 절어있는 구태를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가"라고 비판했다.이어 "이러니 여야가 앞다퉈 찾아간 1000원의 밥상도 체험 시식 쇼라는 비판이 나왔던 것"이라며 "청년 공간을 빌려 같이 썼으면서 격려도, 공감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갈비찜, 장어와 카레 사이 놓인 칸막이의 높이 몇 배 이상으로 부메랑이 돼 민심의 칸막이를 높이고 회초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