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빚더미' 한전, 직원들 500억 퍼줬다…기막힌 혜택

공공기관 주택자금 사내대출 1위 한전
가계대출 금리 연5%대 치솟았는데
연 2~3% 금리로 500억원 '대출 혜택'
기재부 공공기관 혁신 지침 위반
사진=뉴스1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지침을 위반하고 여전히 직원들에게 1~3%대 저금리로 주택자금 대출 혜택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만 33조원 규모 적자를 낸 한전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한 가운데 한전의 자구책 마련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 중 지난해 주택자금 사내대출 규모가 가장 많았던 기관은 한전이었다. 지난해 신규로 대출을 받은 직원은 570명으로, 총 대출 규모는 496억6500만원에 달했다. 대출 금리는 연 2.5~3%였고, 최대 한도는 1억원이었다. 이 중 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을 받은 규모가 약 289억원, 임차 목적이 약 208억원이었다.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한전의 신규 대출 규모는 전년도(508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금리 상승과 관계없이 2021년과 동일한 조건(연 2.5~3%)으로 대출을 해줬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021년 공공기관 방만 경영 문제를 바로잡기위해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고, 한국은행 ‘은행 가계자금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려줄 수 없도록 지침을 만들었다. 대출 한도도 7000만원으로 제한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대출 금리 하한선은 연 5.34%까지 올랐지만 한전은 이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기재부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직원들에게 ‘대출 혜택’을 준 것이다. 사내 복지는 노사 합의사항인데, 노조를 설득해 사내 복지를 후퇴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전은 현재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노사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전 뿐만이 아니다. 한전 자회사를 비롯해 에너지공기업들이 대출 규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다른 공공기관들이 혁신 지침을 준수하면서 주택자금 사내 대출 규모를 확 줄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7년 2065억원이었던 공공기관 주택자금 신규 대출 규모는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3349억원까지 늘어났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공공기관 방만경영에 대한 칼을 뽑아들면서 지난해 대출 규모는 211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송 의원은 “에너지 공기업들이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경영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경영 건전화 노력을 보여줘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