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의 '두뇌'를 만든 엔지니어가 창업한 이유 [긱스]

최근 국내 인공지능(AI)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애플, 인텔 등 빅테크 출신의 인재들이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몰렸고, 이들이 개발한 제품이 최근 글로벌 기업의 반도체 성능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딥엑스도 최근 주목받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중 하나입니다.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다른 AI 반도체 스타트업과 달리 일명 '엣지용 AI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김녹원 딥엑스 대표를 만났습니다.
강은구 기자
김녹원 딥엑스 대표는 국내 대표적인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심층신경망 연산 하드웨어 시스템, 안정성 및 신뢰성을 위한 컴퓨터 하드웨어 시스템, 뉴로모픽 컴퓨팅, 시스템온칩 등의 분야에서 IEEE(전기전자기술자협회) 및 국제 유수의 학회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브로드컴, IBM, 시스코 등에서 네트워크 라우터 칩세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설계 업무를 담당했다. 애플에서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핵심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그는 2018년 딥엑스를 설립했다.다음은 대표와 일문일답.

Q. 창업 계기가 궁금합니다.
A. 2010년에는 지구상에는 50억 개의 전자 기기가 있었습니다. 2020년에 500억 개를 돌파했고요. 전자 기기가 생산하는 데이터가 급증했습니다. 인터넷 도입 초기에는 인간의 두뇌가 관련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었죠. 이제는 전 인류가 모두 합심한다고 해도 엄청난 데이터를 처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인간을 대신해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솔루션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AI와 AI 반도체입니다.

Q. 제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올 상반기부터 출시된 딥엑스 제품 4종 ‘DX-L1, DX-L2, DX-M1, DX-H1’은 딥엑스가 독자 개발한 AI 반도체입니다. 낮은 전력 소모와 높은 AI 연산 처리 성능을 제공하죠. AI 연산 처리에 최적화된 시스템 반도체입니다. AI 소프트웨어(DXNN)와 하드웨어의 핵심기술을 상호 동시 최적화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성능비를 유지합니다. 최신 AI 알고리즘을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준의 정확도로 유지하는 점도 강점이죠. AI 연산 성능의 수준과 기능에 따라서 DX-L1, DX-L2, DX-M1, DX-H1 총 4가지 솔루션으로 구성했습니다. DX-L1은 초당 2조 4000억번 연산(2.4TOPS)이 가능한 AI 기능으로 단일 카메라 영상을 처리하죠. 6.4TOPS로 카메라 3대의 영상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DX-L2 경우에는 스마트 스피커, 웨어러블 이미지 인식 스마트 카메라 등에 사용됩니다. 카메라 10대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30TOPS의 DX-M1은 머신비전, 보안 카메라, 서비스 로봇, 자동차 등 실생활에 필요한 고성능 AI 애플리케이션에 쓰일 예정이다. 22POPS로 동시에 1만 대 카메라를 AI 기반으로 처리하는 DX-H1은 AI 고성능 컴퓨팅, AI 클라우드 서비스, AI 허브용 프로세서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Q. 딥엑스의 기술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A. 현재 AI 연산 처리에 많이 사용되는 엔비디아의 GPU보다 성능이 뛰어납니다. 엔비디아의 GPU는 AI 연산 처리에 300W이상 에너지를 소모하고 가격은 최고 3만달러 수준이죠. 딥엑스 반도체는 GPU와 거의 동일한 성능으로 2~7W의 에너지 소비에 제품 가격은 100달러 이하입니다. 딥엑스는 최신 AI 알고리즘 연산 지원, GPU 수준의 AI 정확도, AI 연산 처리 실효 성능 효율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죠. 딥엑스의 AI 반도체는 객체 인식과 개체 분할 알고리즘 등과 같은 다양한 비전 응용 분야의 최첨단 AI 알고리즘 연산 처리도 지원합니다. 글로벌 AI 반도체 개발사가 공통으로 공개하는 딥러닝 모델 ‘Resnet-50’ 실효 AI 추론 연산 성능 테스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였죠.

Q. 우선 비전 분야에 특화된 AI 반도체를 선보였습니다.
A. 비전 관련 시장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1년에 카메라 센서만 65억 개 팔립니다. 감시 카메라, 교통 관제 등 관련 데이터를 AI가 처리하게 됩니다. 이 시장이 너무 커요. 그 시장에 먼저 대응을 하려고 합니다. CCTV의 경우 무언가 찾으려면 지금은 녹화본을 찾아서 돌려봐야 합니다. AI 반도체를 적용하면 AI가 해당 영상 마킹을 해놔요. 사람이 들어와 있는 영상만 바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사람들이 싸우는 장면을 검색해 즉시 확인할 수 있죠. 알람 기능도 가능합니다. AI 반도체를 탑재한 CCTV가 사람들이 크게 다투는 장면을 확인하고 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거죠. 사람들의 이상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대응할 수 있습니다. 각종 첨단 IT(정보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시티에서는 교통량을 확인해 차가 없는 쪽으로 운전자를 안내할 수도 있죠.

Q. 현대차와 협업 내용 소개해 주세요.
A. 현대차는 자동차와 로봇의 경계가 사라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올 초에 CES에서 보니 모든 발 달린 제품은 전부 자율 주행이었습니다. 자율 주행에 필요한 비전 인식, 로봇이 제공해야 할 각종 기능에도 AI가 필요합니다. 현대차가 이용했던 엔비디아의 기술도 뛰어납니다. 그런데 로봇은 작은 배터리로 움직이는데 여기서는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GPU가 힘을 못 씁니다. GPU는 파워가 너무 많이 들어가요. 집에서 GPU로 3D PC 게임을 한 번만 해도 집이 후끈후끈해집니다. 성능 효율이 낮다는 거죠. 가격도 문제입니다. GPU는 개당 1000~2000달러 정도 합니다. 로봇 가격이 상당히 비쌀 수밖에 없어요. 딥엑스의 반도체는 10만원 미만으로 로봇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낮은 전력을 소모합니다. 현대차는 서비스형 로봇, 배달 로봇, 공장 자동화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곧 양산할 것으로 압니다. 여기에 필요한 반도체를 딥엑스가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 관련 반도체 시장에는 강자가 없습니다. 딥엑스가 이 시장에서도 최고가 될 겁니다. 로봇은 몇백조 규모의 거대한 시장입니다. 여기만 잡아도 딥엑스는 글로벌 기업이 됩니다. 그래서 현대차와 협업이 중요하죠.
딥엑스 제공
Q. 포스코와 협업도 궁금합니다.
A. 데이터가 서버 안에 생겨서 서버 안에 처리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모든 데이터는 엣지(전자 기기)에서 생성됩니다. 딕엡스 제품은 모두 4개입니다. 군대로 따지면 보병이 있고 탱크가 있는 거죠. 그 뒤에는 더 큰 포병대가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포스코의 경우에는 서버 클라우드 솔루션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포스코 공장에는 카메라가 2만 대가 있습니다. 모두 구형입니다. 그렇다고 AI반도체를 적용한 제품으로 모두 교환하기에는 부담이 됩니다. 2만 개의 영상을 서버로 끌어올려서 처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 1000억대 이상의 카메라 설치돼 있습니다. 모두 AI CCTV로 바꾸기 어렵죠. 딥엑스의 보병, 탱크, 포병대를 두루 활용해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능하죠.

Q. 사업은 어떻게 확장할 계획인가요.
A. 모든 전자 기기에 AI 반도체가 들어갈 겁니다. 최근 사람 얼굴을 인식하는 작은 이미지 센서용 AI 반도체까지 제작 의뢰가 들어올 정도로 관련 수요가 늘고 있어요. ESG 분야에서도 AI 반도체 도입이 증가할 전망입니다. 앞으로 데이터센터는 팬이 없는 방식을 택할 겁니다. 딥엑스 같은 전량 효율이 높고 열이 덜 나는 제품이 주목받게 됩니다. 음성인식, 각종 센서,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Q. 창업 후 언제 가장 힘들었나요.
A. 없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많이 힘들어요, 그런데 앞으로 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답하기 어렵네요. '죽는 줄 알았다'라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결국 죽지는 않았습니다(웃음)Q. 규제 문제는 없나요.
A. 이것도 딥엑스의 강점입니다. 영상의 경우 초상권 침해 같은 것이 있어요. 딥엑스 제품은 전자 기기에서 사진을 찍긴 찍어요. 그런데 기기 안에서 AI가 처리하고 끝내죠. 그리고 바로 관련 데이터를 소각하면 됩니다. 지금은 CCTV 등을 사람 얼굴 같은 개인정보를 확보해 저장하거나 특정 서버에 보냅니다. 서버로 전송하는 순간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관련 데이터가 해킹되거나 관리를 소홀히하기 쉽죠.
강은구 기자
Q. 창업과 회사 운영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A.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에 오면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사업을 성공시키는 데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돈이 우선이고요. 그래서 투자 유치가 1번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돈은 실제로는 5순위였습니다. 나머지만 있으면 돈은 없어도 됩니다. 우선 타이밍을 맞춰야 합니다. 기술 확보 타이밍, 인력 확보 타이밍 등. 기술이 있으면 돈이 없어도 파트너사가 도와줍니다. 반도체 제조사는 딥엑스가 반도체를 정말 양산할 것 같으니까 지금은 시제품을 싸게 해줍니다. 대신 상용 제품을 양산할 때 저희가 갚는 거죠. 딥엑스가 상용 제품을 정말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올해 계획은요.
A. 올해는 제품을 외부에 알리고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설 계획입니다. 22일 미국에서 열리는 AI 반도체 행사인 ‘2023 임베디드 비전 서밋’에서 국내 AI 반도체 기업 최초로 최대 규모의 쇼케이스를 엽니다. 6월 대만에서 열리는 ‘컴퓨텍스 타이베이’, 7월 미국에서 열리는 ‘디자인 오토메이션 콘퍼런스(DAC)’, 9월 유럽에서 열리는 ‘IFA 베를린’,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슈퍼 컴퓨팅 23’,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CES’까지 참여해 세계 최고 수준의 딥엑스 제품을 홍보할 예정입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