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MS와 구글의 결정적인 차이

송형석 IT과학부장
복잡한 조직 구조와 느린 의사결정, 내부 알력, “안 된다”를 입에 달고 사는 간부들…. 상당수 거대 기업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도 다를 게 없었다. 인공지능(AI)을 담당하는 내부 조직인 ‘구글 브레인’과 이세돌을 바둑으로 꺾은 ‘알파고’로 유명한 자회사 딥마인드는 늘 티격태격했다. 참모들은 “생성 AI 서비스는 위험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AI가 일으킬 윤리적 문제가 구글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논리였다. 치러야 할 비용도 걱정스러운 대목이었다. 회사 안팎에선 자사 검색 엔진에 생성 AI를 구현하려면 연간 매출 이상의 비용을 컴퓨팅 파워 마련에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철저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구글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10일 사람처럼 묻고 답하는 생성 AI 챗봇 ‘바드’를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위치가 ‘추격자’로 강등됐다. 자신들의 상품이 챗GPT 언어모델인 GPT-4를 장착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업무 도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증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컴퓨터를 사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글에 접속했던 ‘독점의 시대’가 끝난 것이다.

똑같은 ‘테크 공룡’이지만 MS의 접근법은 달랐다. 본체가 아니라 오픈AI를 앞세워 생성 AI 시장을 공략한 것이 결정적인 차이다. 스타트업과 연합해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고 시장성을 테스트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쓴 것이다.

오픈AI는 스타트업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사용자들은 챗GPT의 초기 오류에 너그러웠다. 얽혀 있는 사업이 많지 않으니 유료화에도 거침이 없었다. 이 회사는 월 20달러의 요금을 받고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MS도 오픈AI와 손을 잡은 덕에 최소한의 리스크로 시장 1위 사업자로 떠올랐다. 스타트업을 앞세워 초기 생성 AI를 둘러싼 오류와 윤리 이슈의 허들을 넘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상황이 여의찮으면 오픈AI에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는 계산이 섰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韓 기업도 외부 협업 강화해야

오픈 이노베이션은 오래된 경영 전략이다. 스타트업 등 외부 기관을 활용하면 신사업에 필요한 시간과 예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이 전략을 제대로 쓰는 기업은 의외로 많지 않다. 회사의 명운을 결정짓는 신사업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외부에 맡기는 것을 꺼리는 정서가 걸림돌로 작용할 때가 많다.

국내 대기업도 오픈 이노베이션에 인색하긴 마찬가지다. 스타트업과 꾸준히 협업하고 있지만, 사회공헌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업화를 전제로 한 협업도 대부분 비주력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북미 이노베이션센터를 통해 신사업을 함께할 스타트업을 공모하는 LG전자 정도가 예외로 꼽힌다.

수십 년 된 성공 방정식으로 근근이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라면 MS와 오픈AI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혁신을 위해 필요한 야성이나 기업가정신을 내부에서 찾기 힘들다면 외부에서 빌려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