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우조선 3兆 적자인데…노조, 한화에 "인수 위로금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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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생떼한화그룹에 인수된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전 직원에게 ‘인수 위로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피인수 기업 직원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전례가 없는 데다 인수 보상 지급이 법적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어서 난감해하고 있다. 대우조선 인수 이후 경영 정상화의 ‘난제’로 꼽히는 강성 노조와의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조가 강경 투쟁을 예고하면서 오랜만에 찾아온 조선업 호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합원 우습게 보면 큰코 다쳐"
인수 전과 태도 180도 달라져
한화 "위로금 전례 없다" 난색
"성과 나면 충분히 보상" 제안
한화 vs 대우조선 노조 ‘충돌’
16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소속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15일 노보를 통해 “구성원들의 노고에 대한 격려 방안을 요구한 것이지 성과금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며 전 직원에게 위로금을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화그룹과 대우조선 노조 대의원들은 매일 노사 교섭을 하고 있지만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지급 규모를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다.한화그룹은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기업을 인수하면서 위로금을 지급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올해 대우조선의 흑자 전환을 장담할 수 없어 지회가 요구하는 위로금, 격려금 등 일시금 형태의 현금성 금액을 지급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대신 한화그룹은 대우조선이 성과를 내면 직원들에게 충분히 보상하겠다는 의견을 노조에 전했다. 한화그룹은 “구성원의 사기 진작, 동기 부여 차원에서 단기 성과를 내면 무상으로 주식 100%(기준임금 기준)와 그에 해당하는 현금 100%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방식은 한화그룹이 임원들에게 지급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방식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한화그룹이 RSU를 제안한 것은 성과에 따른 보상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조선업계 인력난이 심각한 가운데 현재 인력을 붙잡아두는 효과도 있다.
한화그룹이 제시한 RSU는 임직원에게 무상으로 회사의 자기주식을 양도하되, 일정 재직 기간 등 조건을 충족해야 주식을 팔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력 이탈을 막고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자는 의도다. 포스코퓨처엠 등도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대우조선, 2년간 3조원 적자
하지만 대우조선 노조의 반응은 냉담하다. 노조는 “‘목표액 달성 시 지급한다’는 문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주식과 현금을 합한) 200%는 너무 작다. 한화그룹 위상에 걸맞은 통 큰 결단을 하라”고 압박했다. 여기에 사내 협력사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도 더했다.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경 투쟁으로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노조는 “경고를 계속 무시하고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노사관계는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으며, 강력한 투쟁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작도 하기 전에 족쇄부터 채우는 얄팍한 수법으로, 이제부터는 조합원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수위를 높였다. 대우조선 노조는 17일 서울에서 열리는 실무협의체 경과 보고대회에 노조원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강성 노조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를 결정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인수과정에선 한화그룹의 인수를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수 관련 심사 절차를 지연시켰을 때도 인수 절차를 빨리 마쳐달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인수가 확정된 뒤 노조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대우조선이 2021~2022년 누적 3조3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을 감안하면 인수 보상 요구는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우조선은 올해 1분기에도 62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1분기에 연간 수주 목표 50%를 달성하고 삼성중공업이 흑자 전환한 것과 비교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년 연속 적자를 낸 회사가 위로금 운운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노조의 강경 투쟁으로 대우조선의 정상화가 늦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형규/김재후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