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리스의 회생과 중남미 재정 파탄에서 배우는 교훈

포퓰리즘으로 다 같이 망국의 구렁텅이에 빠졌던 그리스와 중남미 좌파 정권 국가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그리스 경제가 긴축과 구조개혁에 힘입어 본격 회복 궤도에 오른 데 비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의 이른바 ‘핑크 타이드’(좌파 연쇄 집권) 국가들은 대중 영합주의의 극심한 부작용으로 국민들이 조국을 버리고 미국 국경으로 몰려가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유로존 20개국 중 가장 문제아로 꼽히던 그리스는 희망의 빛을 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그리스 경제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한 데 이어 국가신용등급도 현재 정크 등급인 BB+에서 투자적격 등급인 BBB-로 상향 조정할 전망이다. 그리스 경제는 구조 개혁과 임금 삭감 등 긴축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교과서적 경제 회복 이론 효과를 재입증하고 있다. 망국병이던 무상 의료 및 소득대체율 90%의 연금제도를 개편하고 최저임금을 대폭 줄였다. 기업 비용 절감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관광산업이 살아나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2년 동안 25% 이상 증가했지만 코로나19 기간에 206%까지 오른 GDP 대비 정부부채는 지난해 171%로 떨어져 세계에서 가장 빠른 부채 감소율을 보였다.반면 중남미 좌파 정권 국가들은 에너지 기업 국유화를 앞세워 과도한 무상 복지와 포퓰리즘 정책으로 유권자의 환심을 사다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재정 파탄 상황을 맞았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이 무려 109%에 이르렀고, 기준금리는 연 91%까지 치솟았다. 2007년부터 좌파 정권이 장기 집권해온 니카라과와 우고 차베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거치면서 한 해 물가가 3000%나 폭등한 베네수엘라 등은 살길을 찾아 고국을 등지는 난민을 무수히 쏟아내고 있다.

최근 미국 국경의 난민 사태는 코로나 기간 국경 차단 조치인 42호 정책 종료와 더불어 중남미 좌파 정권의 표퓰리즘이 초래한 국가 실패가 어우러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과 튀르키예만 없다는 재정준칙은 이번에도 도입이 미뤄졌다. 중남미를 거덜 낸 포퓰리즘 망령은 우리 주위에도 늘 떠돌아다닌다. 국민이 포퓰리즘 감별사 역할을 제대로 할 때 국가는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