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은 갈등 불씨 '의료면허 박탈법'

의사·간호사·한의사 등 의료인
금고형 이상 받으면 면허 취소
"내년 시행 전까지 법 개정 나설 것"
의료인의 면허 박탈 조건을 확대한 ‘의료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의사 단체는 헌법소원 등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의료인의 평등권과 직업의 자유를 박탈하는 법안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이뤄진 보건복지의료연대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대상에서 의료법 개정안이 제외된 것에 아쉬움을 표한다”며 “숙련된 의료자원의 소멸이라는 사회적 손실을 넘어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으로 보건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논란이 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의 결격·면허 취소 사유를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의료 관련 범죄에 관해서만 면허 취소 사유를 두고 있다. 해당 조항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 등 의료법 2조에서 규정하는 모든 의료인에게 적용된다.

이 법안은 공포일(16일)로부터 1년 후 시행된다. 의료연대는 시행되기 전까지 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박명하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장은 “의료면허박탈법은 국회에서 야당에 의해 단독 통과됐을 때도 야당 의원 22명의 기권표가 나왔다”며 “1년 동안 여야를 잘 설득해 법 개정을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시 의료법 개정안의 영향을 받는 간호사, 한의사 단체 등과도 함께 헌법소원 등의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서는 교통사고 등 과실 범죄만으로도 면허가 박탈될 수 있다며 이 개정안을 ‘의료면허박탈법’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면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과잉 규제”라고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지난 4월 국회 본회의 표결 전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는 의료인 결격사유 중 ‘금고 이상 실형’을 ‘의료 관련 범죄와 성·강력범죄’로 한정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야당은 당정 중재안에 대한 논의 없이 원안을 그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