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尹 징계사유 안된다' 보고에 재검토 지시"

'2개월 정직' 결정 감찰담당관실 파견 검사 법정 증언
두차례 재지시에 '직권남용 불성립' 내용 빼고 보고서 작성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징계가 논의되던 당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징계 사유가 아니라는 취지의 내부 의견에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1부(심준보 김종호 이승한 부장판사)는 16일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 2심의 두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변론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청구 직전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됐던 이정화(44·36기) 수원지검 여주지청 부장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부장검사는 법무부 파견 후 이른바 '재판부 분석문건'에 관한 검토 보고서를 3차례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박 감찰담당관이 '재판부 문건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해 판례를 토대로 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1차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를 본 박 전 담당관은 "징계법상 징계사유에 해당하진 않은 지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이 부장검사는 이를 반영한 2차 보고서를 작성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이후 다시 박 전 담당관의 지시로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뺀 3차 보고서까지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검사는 "해당 내용을 빼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시 법무부가 직권남용 혐의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대검찰청에 의뢰한 데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부장검사는 파견 당시 윤 대통령의 채널A 사건 감찰 방해 의혹에 관한 보고서도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 의혹은 '채널A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됐다고 의심받은 한동훈 당시 검사장에 대해 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대검의 감찰 개시 보고를 받고도 대검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에 사건을 맡겨 감찰을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이 부장검사는 "근무 도중 박 담당관에게 '감찰 방해'로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을 몇 번 드렸지만 동의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무부 측 대리인은 "실무자였던 증인이 작성한 보고서의 최종 결론과 상급자의 판단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나"라고 물었고 이 부장검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던 2020년 12월 법무부에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 사유는 ▲ 주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작성·배포 ▲ 채널A 사건 감찰 방해 ▲ 채널A 사건 수사 방해 ▲ 검사로서의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이다. 윤 대통령은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재판부는 2021년 10월 징계 사유들 가운데 정치적 중립 훼손을 제외하면 3건이 모두 인정된다며 징계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