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제도 수명 다했다는데…주택금융으로 해결하면 어떨까 [최원철의 미래집]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사진=뉴스1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전세 제도의 수명이 다한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풀린 유동성에 힘입어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했습니다. 무주택자와 서민들을 지원한다고 전세대출 규모를 확대하는 바람에 현재 역전세난이 심화하고, 일부 전세 사기까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전세 제도 때문에 세입자, 집주인 모두 피해자가 돼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미국발 기준금리 급등으로 인한 집값 급락 사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은 물론 호주, 뉴질랜드,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있는 현상인데 이들 국가에선 별다른 주택 대책은 물론 사회적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장기모기지 저금리를 활용한 주택공급 정책이 선진화돼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신규 주택 공급시장이나 저소득층의 임대료 상승 문제가 있긴 하지만 선진형 주택금융 시스템으로 주택 부동산에 대한 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정부 지원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선진형 주택공급 체계로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재개발, 재건축사업에 대한 신속 통합기획을 보면 일반 주택공급도 선진화하는데, 큰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지 않아도 가능합니다.예컨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분양 50만가구 사업만 보더라도 선택형, 나눔형, 일반형 등이 있습니다. 장기 저리 모기지를 활용하고 초기 비용은 매우 적게 들어가도록 설계돼 무주택자, 청년, 신혼부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내 집 마련은 하는데, 장기 할부로 구매하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민간 아파트 공급에서도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됩니다. 대신 주택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줘야겠습니다. 3기 신도시와 같은 공공택지를 공급할 때 조건을 공공분양과 같이 30년 이상 저금리 모기지를 활용해서 공급하는 주택사업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식입니다. 여기서 제기되는 사업성 문제는 신속 통합기획과 같이 용적률을 추가 100% 상향시켜 주고, 70층 이상 초고층으로 건설이 되도록 해주면 가능하겠습니다.

내 집 마련을 장기 저리 할부로 할 수 있게 되면 전세 제도 자체가 무의미할 것입니다. 다만 자녀가 늘어 큰 집으로 이사할 경우 다시 정부가 매입해 같은 조건의 무주택자, 청년, 신혼부부만 다시 살 수 있도록 하면 다주택자까지 막을 수 있겠습니다.한국은 이미 선진국이고 선진형 금융제도가 정착돼 있습니다. 선진형 주택공급 체계로 전환하는데 비용이나 시간이 크게 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택시장이 선진화되면 앞으로 몇 년 뒤엔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선거 공약이 사라질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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