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접는 폰' 내놓더니…폴더블폰 부품 생태계 '지각변동'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4'. / 사진=연합뉴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스마트폰 부품업체 세경하이테크의 베트남 공장 가동률은 5월 현재 40%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이맘때 대비 10% 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6월 가동률은 이달보다 20% 안팎 높아질 전망이다. 이 회사는 베트남 공장에서 폴더블(접히는) 스마트폰 전용 디스플레이인 '초박형 강화유리'(UTG)를 보호하는 광학필름을 제조한다. 삼성 폴더블폰의 광학필름 제조사는 국내 기업 중 세경하이테크가 유일하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 Z 폴드·플립5를 종전 대비 2주가량 이른 7월 말 선보이기로 하면서 부품업계도 분주해졌다. 제품 출시일을 맞추려면 부품 생산 일정도 앞당겨야 해서다. 스마트폰의 경우, 부품은 통상 제품보다 두세 달 앞서 생산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Z 폴드·플립5 조기 출시 카드를 준비한 건 신제품 효과를 극대화하고 구글을 비롯한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구글은 10일(현지시간) 첫 폴더블폰인 '픽셀 폴드'를 내놨다. 애플은 아이폰15를 오는 9월 선보일 전망이다. 한 스마트폰 부품업체 대표는 "애플과 출시 시점을 더 벌리면 스마트폰 교체 수요를 한층 더 많이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적 우려가 큰 가운데 3분기 실적 개선에도 적잖이 힘을 보탤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폴더블폰 시장은 작년보다 5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이 214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420만대보다 50.7% 많은 규모다. 연평균 27.6% 성장해 2027년에는 4810만대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폴더블폰 세계 1위 삼성전자의 부품 생태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생산 차질 등 위험 회피를 위해 주요 부품의 수급 이원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폴더블폰을 접고 펴는데 사용되는 부품인 '힌지'가 대표적이다. 그간 KH바텍이 독점해 온 외장 힌지는 메탈플레이트(내장 힌지) 제조사인 파인엠텍이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품질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인엠텍이 나홀로 공급해 온 메탈플레이트는 인지디스플레이 자회사인 넥스플러스가 품질 승인을 획득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원화 업체가 올해 신제품 물량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물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부품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로선 시장이 커지는만큼 생산 차질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이원화를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승인과 양산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원화 승인을 획득한 협력사가 언제 어느 정도의 양산 물량을 받을 수 있을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