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어린이 10명 중 8명은 글자 못 읽는다…"팬데믹 휴교령 탓"

세계 57개국 9~10세 대상 평가
남아공 288점으로 압도적 꼴찌
2위 이집트보다 점수 한참 낮아
교육부 장관 “팬데믹 휴교령 탓”

과거 극단적 인종차별 정책 영향
흑인·백인 교육 불평등 격차 심해
사진=GettyImagesbank
아프리카 최남단의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아동 10명 중 8명이 10세까지 책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국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6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2021년 전세계 40만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 능력을 테스트한 국제읽기능력평가(Progress in International Reading Literacy Study)에서 남아공이 57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남아공 어린이들의 문맹률은 2016년 78%에서 5년새 81%로 증가했다.앤지 모셰카 남아공 교육부 장관은 이 결과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실시한 휴교령 탓으로 돌렸다. 모셰카 장관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낮은 수치”라며 “남아공의 교육 시스템이 빈곤, 불평등, 부적절한 인프라 등 중대한 역사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많은 초등학교에서 읽기 교육은 종종 글자를 읽는데만 초점을 맞추고 독해력과 쓰여진 단어를 이해하는 데는 소홀히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에 따르면 남아공 어린이 81%는 남아공의 11개 공식 언어 중 어느 하나도 독해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공은 모로코, 이집트와 함께 9세와 10세 아동의 문해력 및 독해력 추세를 모니터링 하기 위해 평가에 참여한 아프리카 3개국 중 하나였다.이 연구는 5년마다 학년 말에 실시되는 시험을 바탕으로 국가별 순위를 매긴다. 이 점수는 국제 평균인 500점을 기준으로 매겨지는데 싱가포르가 평균 587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남아공은 평균 288점으로 2위인 이집트(378점)보다 훨씬 낮았다.

전반적으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여학생의 읽기 성취도가 남학생보다 앞섰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성별 격차가 좁혀졌다는 것을 보여줬다. 남아공의 교육 시스템 문제는 오랫동안 지속돼 왔으며, 흑인과 백인 학생 간의 심각한 불평등은 과거 극단적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따른 분리로 인한 결과다.

교육은 정부에서 가장 큰 예산 지출을 차지하는 분야 중 하나이며 이는 학업 성취도 저하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적절한 독서 자료가 부족하고 학교의 화장실과 같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이러한 위기를 초래하는데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