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비와 달라"…전우원, 전두환 일가 최초 5·18 참배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씨가 17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추모제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뉴스1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 17일 '전두환 일가' 중 처음으로 5·18민주화운동 추모식에 참석했다.

전 씨는 이날 오전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오월어머니, 오월 관련 단체 주요 인사들과 만나 사죄의 뜻을 밝혔다. 전 씨의 방문에 오월어머니들은 "할아비와는 다르다" 등의 말과 함께 그를 다독였다.전 씨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당하신 분들께 잘못을 사죄드린다. 제 가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죄의식을 가지고 잘못을 사죄드리러 온 것"이라며 "말할 자격도 없지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5·18 당시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 박관현 열사의 누나 박행순(73) 씨는 "단 한 번도 사죄하지 않던 할아비 죄를 손자가 대신 무릎까지 꿇고 빌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묵었던 분노와 설움이 조금이나마 풀렸다"며 "올해는 감회가 남다른 5월을 맞았다"고 덧붙였다.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월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 내 1묘역 고 김경철 열사 묘비를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전 씨는 지난 3월에도 광주를 찾아 5·18 묘지를 참배하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 리셉션 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유족과 피해자와 만남' 행사에서 "할아버지 전두환 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고, 학살자임을 가족 구성원으로서 인정하고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전 씨의 절절한 사과에 수많은 5·18 유족과 피해자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광주 시민들은 전 씨에게 "고마워요 전우원 씨", "전우원 파이팅", "여기 와줘서 고맙다. 마음이 조금 풀린다" 등의 응원을 건넸다.

그는 "저를 포함한 제 가족들로 인해 지금까지 너무 많은 상처를 받고 원한도 많을 것 같지만, 의미 있는 기회이자 순간인 만큼 최선을 다해 피해자분들, 상처받으신 모든 분의 억울한 마음을 풀어드리고 싶다"고 재차 호소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