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돈 낭비" 자신만만하던 머스크…결국 꼬리 내렸다

16일 주총서 광고 시범 도입 선언
수년 간 고수한 無광고 정책 변경
전기차 경쟁 심화하자 입장 달라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자신만의 철칙을 깨트렸다. 수년간 "광고비 지출이 아깝다"며 공언했지만, 전기차(EV) 산업의 경쟁이 심화하자 입장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이날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테슬라는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 광고에 대한 입장이 열려있다"며 "광고를 시범적으로 시도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가 광고 계획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수년간 고수해온 광고에 대한 머스크의 입장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머스크 CEO는 줄곧 광고비를 지출하는 기업을 조롱해왔다. 2019년에는 트위터에 "나는 광고에 돈 낭비하는 것을 경멸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미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는 데다가 광고에 쓸 돈을 연구개발(R&D)에 쓰겠다는 주장이었다.

머스크 CEO의 말마따나 테슬라는 광고를 내보내지 않았다. TV와 라디오 등 기성 미디어를 비롯해 SNS에 띄우는 광고도 일절 하지 않았다. SNS 유명 인플루언서에 대한 할인 혜택도 없었다. 2020년에는 테슬라 내부 홍보 부서를 아예 통폐합하기도 했다.

대신 머스크 CEO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홍보했다. 머스크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1억 4000만명에 달한다. 또 경쟁사들의 광고를 통해 간접적인 홍보 효과를 얻었다. 테슬라를 겨냥한 비판성 광고가 대중들에게 노출되면 되레 테슬라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하지만 전기차 시장 내 경쟁이 심화하자 광고를 내는 방향으로 마음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경쟁사의 공격으로 인해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도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이 현상이 지속되면 승용차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이 늘어나면서 잠재 고객 확보에 어려울 수도 있다.

영업이익률도 계속 줄었다. 올해 1분기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11%로 1년 전에 비해 8%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전기차 후발주자이자 경쟁사인 도요타는 10%를 넘겼다. 전기차 시장을 독점했던 테슬라의 입지가 점차 약화하고 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기차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테슬라가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짚었다.

경기 침체도 변심의 원인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이 승용차에 관한 지출을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미국 내 승용차 등록 건수는 올해 1억대를 밑돌 전망이다.1978년 이후 최소치다. 소비 둔화로 인해 전기차 전환 속도도 더뎌지는 상황이다.경기가 둔화하면서 이익보다 매출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광고를 선택했다. 머스크 CEO는 이날 "최소 12개월 이상 거시 경제가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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