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숙박 무상 제공할게요"…해외서 잇단 러브콜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한국 기업들, 해외서 '칙사 대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항공권, 숙박 등 모두 무상으로 제공할테니 한국 바이어를 가급적 많이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인도 유관 기관에서 한국수입협회로 보낸 공문이다.

코로나19의 종식과 함께 글로벌 무역도 활기를 띠고 있다. 각국은 자국 상품을 수출하기 위해 혈안이다. 인도의 사례는 ‘수입 대국’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랜 전쟁에 지쳐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역시 서로 자국 상품을 수입해달라며 한국에 경쟁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수입도 많이 한다. 지난해 수입액은 7312억달러에 달했다. 세계 9위 규모다. 세계 각지에서 어떤 상품을 수입하느냐에 따라 천문학적인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수출이 양(陽)이라면, 수입은 음(陰)으로 취급되곤 한다. 흔히 수입 시장이라고 하면 값비싼 위스키나 보석류 등의 사치재 수입을 떠올리는 탓이다. 실제로는 훨씬 다양하다. 과일, 고기 등 각종 농축수산물과 각국의 식자재, 캐시미어 등 우리 일상과 밀접한 상품들이 해외서 들어 온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입으로 거부의 반열에 오른 이들도 숱하다. ‘육포의 제왕’이라 불리는 한중·견우그룹 매출은 1조5000억원(2021 회계연도 기준)을 넘는다. 빙그레보다 규모가 크다. 이마트 등에 수입육을 납품하는 하이랜드푸드도 2021년 매출이 7875억원으로 단일 기업으로는 한중푸드(5601억원)을 제쳤다.

키위,레몬 등 수입 과일을 한국에 처음 들여온 수일통상 역시 수천억원대 매출의 중견 기업이다. 코스닥 입성을 앞두고 있는 나라셀러는 와인 수입으로 기업 규모를 키웠다.

아성다이소도 수입으로 떼돈을 번 기업이다. 박정부 회장은 미국, 스페인의 유통 구조를 공부하면서 해외 소싱 노하우를 배웠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5000원을 절대 넘지 않는 값싸고 유용한 물건을 가져오면서 사업을 일궜다. 다이소가 쿠팡의 진격에도 굴하지 않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수입에 관한 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경쟁력을 갖춘 덕분이다.한국 전쟁 직후 물건 만들 공장조차 없던 시절, 최고 인기 직업이 ‘오퍼상’이었다. 이들은 해외에서 들여 온 미제(美製) 물건을 들여와 이문을 붙여 팔았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뿌리도 대부분 오퍼상이었다. 1세대 창업주들 상당수가 남대문 인근에 사무실을 내고 해외의 좋은 물건을 국내에 공급하는 일을 했다. 한국 자본주의의 ‘시초 축적’은 수입이었던 셈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