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TC, 제약사 암젠의 호라이즌 37조 인수 제동

특정 희귀질환 치료제 독점 우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1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제약사 암젠의 호라이즌 테라퓨틱스 인수를 막기 위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날 FTC의 발표 여파로 뉴욕증시에서 호라이즌 주가는 14.2% 급락했고, 암젠 주가도 2.4% 떨어졌다.

길리어드와 글로벌 바이오제약사 시장 선두를 다투는 암젠은 지난해말 사노피, 존슨앤드존슨(J&J) 등과 경쟁한 끝에 바이오 제약사 호라이즌을 278억달러(약 37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아일랜드 기업 호라이즌은 희소 자가면역 질환과 중증 염증질환 치료제를 개발해왔다. 나스닥 상장 기업이며 미국 일리노이주 디어필드, 메릴랜드주 록빌 등에도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FTC는 인수가 성사될 경우 현재 호라이즌이 보유한 2개 희귀 의약품에 대한 독점적 지위가 굳어질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암젠이 보험사 등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호라이즌의 갑상샘 안병증(안구 돌출과 염증 등을 동반하는 질환) 치료제 '테페자'와 통풍 치료제 '크라이스텍사'의 등의 약값을 일방적으로 인상할 것이란 우려다.

홀리 베도바 FTC 경쟁국장은 "최근 제약 업계의 인수합병에 대한 FTC의 첫 이의 제기"라면서 "제약 대기업들이 소비자와 공정한 경쟁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독점을 강화하려는 인수합병을 저지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수 발표 한 달 뒤인 엘리자베스 워런(민주당·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리나 칸 FTC 위원장에게 두 회사의 합병에 반대한다며 반독점 혐의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도 FTC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회사는 각각 성명을 내고 올해 12월까지 합병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편 화이자의 430억달러 규모 시젠 인수도 FTC가 반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젠은 암세포를 정확히 타격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 시장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화이자는 코로나19 이후 새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M&A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