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3.4조달러 DX 시장 겨냥…"미국이 때려도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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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스마트폰 사업 직격탄미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화웨이가 산업현장의 디지털 전환(DX)을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내세웠다. 반도체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해지자, 기업 대상 DX 솔루션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신사업으로 DX시장 개척
중소 상공인에 솔루션 제공
중소상공인에 DX 솔루션 공급…"함께 성장하자"
화웨이는 17일(현지시간) 중국 선전에서 ‘함께 성장하고, 미래를 쟁취하자(Grow Together, Win Future)’라는 주제로 ‘화웨이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컨퍼런스 2023’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한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 10개 국가에서 화웨이 아태 지역 파트너사 관계자 1200여명이 참석했다. 화웨이가 아태 지역 파트너를 대상으로 이 같은 행사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화웨이는 세계 DX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조연설을 맡은 데이비드 왕 화웨이 이사회 이사 겸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운영 이사회 의장은 “2026년까지 3조4000억달러의 글로벌 디지털 전환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거대한 기회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화웨이가 겨냥하는 고객은 중소상공인(SME)들이다. 자체 기술로는 DX를 이루기 힘든 소규모 기업들에 DX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왕 이사는 “아세안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60%가 중소상공인들에게서 나오고, 이 사업자들의 70%가 디지털 기술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며 “반면 아직 60%의 사업자들의 디지털 전환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가 개척할 충분한 시장이 있다는 의미다.
SME 대상 사업을 공략하면서, 화웨이는 파트너사들과의 동반 성장을 강조했다. 왕 이사는 “화웨이는 중소기업들의 디지털화를 가속하는데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는 파트너가 성공할 때에만 화웨이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美제재로 스마트폰 추락…R&D로 새 시장 개척
기업 대상 DX 솔루션은 화웨이가 지금껏 힘써왔던 사업은 아니다. 화웨이의 주력사업은 통신 장비와 스마트폰 등이었다. 하지만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가 가해지자 직격탄을 맞았다. 2019년부터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공급업체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거나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세계 2위까지 올랐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곤두박질 쳤다. 2021년엔 매출이 2020년의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를 매각하는 결정도 내렸다.위기 상황에서 화웨이는 투자로 돌파구를 찾았다. 화웨이의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은 2018년 1000억위안(19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엔 1615억위안까지 늘어났다. 매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금액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측면에서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에 중대한 타격을 입은 기업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투자 금액이란 평가가 나왔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던 배경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있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화웨이에 65억5000만 위안(1조2500억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전년 대비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드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화웨이는 장비와 제품 중심의 하드웨어 기업에서 서비스와 솔루션 중심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기존의 통신 장비 사업에서 쌓은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스마트 항만, 스마트 공장, 디지털 결제 등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는 그림이다.클라우드 부문에서도 '서비스 중심 사업구조'를 강조했다. 윌리엄 동 화웨이 클라우드 마케팅부문 사장은 “서비스로서의 모든 것(Everything as a Service) 전략에 초점을 맞춰 지난 30년간 쌓아온 기술과 도구, 경험들을 클라우드 부문에서도 계속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100만명 이상의 파트너를 확보해 1000만명 이상의 개발자를 연결하고, 1000만명 이상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내놨다.선전=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