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술대 오르는 임대차 3법, 이념에 포획된 정책 정상화해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대차 3법을 포함한 전세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전세 사기와 깡통 전세 등 부작용이 사회적 재해 수준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늦었지만 반길 만하다.

임대차 3법이 낳은 부작용은 다 아는 대로다.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7월 3법을 강행 처리한 뒤 전세시장은 법 취지와 거꾸로 갔다. 세입자 권한을 강화한 이 법은 되레 전셋값 급등을 불렀고, 이로 인해 불어난 전세자금 대출은 갭투자를 부추겼다. 이후 집값과 전셋값이 급락하자 대규모 전세 사기 피해를 비롯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역전세와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깡통 전세 위기를 불렀다. 최근 인천 미추홀구 사건으로 20~30대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전세 사기 피해는 전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세입자가 대출받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보증기관이 대신 은행에 변제한 금액이 1조원을 넘는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이런 상황에 임대차 3법을 시장 기능에 맞게 개편 또는 폐지해 나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민주당도 부동산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한 만큼 적극 협조해야 한다.

원 장관은 “전세 제도가 이젠 수명을 다한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했는데 옳은 진단이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는 목돈을 모아 내 집 마련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지만 집값 등락, 집주인의 경제 사정 등 위험을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후진적 임대차 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원 장관의 말대로 “이번 기회에 전세 문제를 제대로 판 위에 올려 큰 그림을 짜볼 시기”다. 다만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려는 시도는 자제해야 한다. 100%에 가까운 전세자금 대출 보증 비율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등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