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바닥"…저가 매수 나선 경영진들

동서 오너 3세, 한 달간 70억 매수
업계 "주가 폭락에 지분 늘린 듯"

매각 추진했던 메가스터디
손주은 의장·가족이 지분 확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너 일가, 최대 주주, 고위 임원 등 내부자가 지분을 매입하는 종목이 주목받고 있다. 내부자는 주가가 낮거나 상승 가능성이 있을 때 주식을 매집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경영권 승계나 회사 매각설이 나오는 가운데 지분을 사들이는 경우도 많다.

○70억원어치 매수한 동서그룹 장손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근 한 달(4월 17일~5월 17일)간 동서, 메가스터디, 녹십자홀딩스, KT서브마린, 유니켐,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유안타증권, 메리츠증권, 큐렉소 등 8개사는 내부자가 주식을 여러 차례 매입하거나 한 번에 지분을 큰 폭으로 늘렸다.

동서그룹 오너 3세이자 장손인 김종희 동서 부사장은 한 달간 19거래일에 걸쳐 동서 주식 35만4827주(약 70억원어치)를 장내 매수했다. 그의 지분율은 12.59%에서 12.94%로 0.35%포인트 상승했다. 김 부사장의 지분 매입이 공시되면서 횡보하던 주가는 이달 10% 가까이 올랐다.

김 부사장은 동서 주가가 2021년 2월 4만4500원 고점을 찍고 반 토막 나자 집중 매입에 나섰다. 평균 매입 단가는 1만8959원~2만595원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주가가 폭락하자 싼값에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허진성 녹십자그룹 전략기획부문 성장전략실장도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3만 주(4억7679만원어치) 매수했다. 허 실장은 허일섭 회장의 장남이다. 녹십자그룹은 허일섭 회장과 형제인 고(故) 허영섭 회장 일가가 공동 경영하고 있다. 허 실장의 지분은 0.71%에 불과해 그가 회사를 장악하려면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여야 한다.

○매각설 앞두고 지분 매입

손주은 메가스터디 의장도 이달 들어 지분을 대폭 늘렸다. 손 의장이 4만2111주(0.35%)를 장내에서 사들였고, 동생인 손성은 메가스터디교육 대표가 8만9476주(0.75%)를 매수했다. 손 의장 자녀인 손희소 씨(0.11%), 손희재 씨(0.26%) 등도 지분을 매입했다.

손 의장은 2014년 메가스터디 매각을 추진했다. 작년에는 주력 자회사인 메가스터디교육 매각을 검토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손 의장 일가가 매각을 앞두고 경영권 프리미엄(80~100%)을 얻기 위해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는 추측이 나온다.인수설이 돌고 있는 유안타증권도 대주주인 유안타씨큐리티아시아파이낸셜이 지난달 26일부터 8차례 거래를 통해 14만4404주(0.06%)를 사들였다. 올 들어 36차례 거래를 통해 총 60만여 주를 사들였다. 작년 12월 말 54.35%였던 지분율은 54.63%로 올랐다. 2021년 4월 5000원을 넘긴 유안타증권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2775원이다. 대주주의 매입 단가는 2500~2600원이다.

김성희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지난 12일 8000주(5억1200만원어치)를 장내 매수했다. LS전선은 한 달 사이 KT서브마린 주식 13만3000여 주(0.51%)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유니도 유니켐 지분율을 21.28%에서 21.75%로 늘렸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