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천 개인전…"추상이 어렵다? 일상적 마음의 풍경일 뿐" [전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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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밈 '추상에 관하여'인물화 정물화 풍경화는 이해할 수 있지만 추상화는 잘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뭘 표현했는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잘 그렸는지 판별할 수 있냐는 얘기다. 개념미술가인 윤동천 작가(서울대 서양화과 명예교수·66)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윤 작가가 추상화에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을 위한 전시를 준비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밈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 ‘추상에 관하여’다.윤 작가는 서울대 미대에서 30년간 교수로 일하다 지난해 정년퇴임했다. 후학을 가르치면서도 회화, 판화, 설치미술, 조각, 사진,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에서 사회 비판적인 작품을 내놓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여 왔다.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 작품 중 ‘친절한’ 편이라는 평가다. 관람객의 해석을 돕기 위한 단서를 제목에 표시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쳐도 소리가 나지 않는 북을 만든 뒤 ‘울리지 않는 신문고’라는 이름을 붙이는 식이다.
이번 전시도 친절하다. 주제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추상화에 대한 거리감을 조금씩 좁힌다. 5·6층에는 속담과 어록을 주제로 한 작품을 모아 ‘추상에 관하여’라는 소제목을 붙였다.갖가지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은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가 대표적이다. 2014년 신세계백화점 초청을 받아 연 전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연상시키는 작업이다. 당시 윤 작가는 폐지와 쓰레기 등을 모아 쇼윈도를 채운 뒤 유리에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크게 새겨 화제가 됐다.4층 전시장에는 ‘추상에 관하여: 기억(나의 유소년기)’이라는 소제목이 붙었다. 작가의 경험을 담은 그림일기와 이를 소재로 한 간략한 추상화를 붙였다. 하늘색 바탕에 붉은 직사각형이 그려진 번듯한 추상화 밑에 붙은 설명. “서울역 부근에서 우연히 발길에 차이는 ‘빨간책’을 주웠다. 몰래 읽으며 얼마나 설레고 벅찼던지 한동안 간직하다 들킬까 봐 겁이 나 태워버렸다. 그때부터도 나는 용기가 없었다. 다른 친구에게 줄 걸 후회가 된다.”
윤 작가는 “추상은 어려운 게 아니라 이렇게 일상적인 마음의 풍경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마지막 3층 전시장 소제목은 ‘추상에 관하여: 발췌/번안(옮기기, 베끼기)’이다. 광고판을 소재로 한 ‘광고판 1’, 그물을 소재로 한 ‘그물’(사진) 등이 나와 있다. 윤 작가는 “이번 전시를 본 관람객들이 추상화를 친근하게 여기고 각자의 미감(美感)을 키워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16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