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곡물협정 극적 연장…밀·옥수수 가격 3% 하락

러, 협정 만료 2주 전부터 신규 허가 제한
UN "좋은 소식" 러시아 "수출 왜곡 수정돼야"
우크라이나 남서부 오데사주 이즈마일에서 지난달 26일 한 주민이 보트에 국기를 달고 있다. 연합뉴스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허용하는 '흑해 곡물협정'이 만료되기 전날 극적으로 다시 연장됐다. 밀·옥수수 곡물 가격도 안정세를 보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협정이 연장됐다고 발표했다. 발표는 협정이 만료되기 전날 극적으로 나왔다. 지난해 7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은 전쟁으로 인한 국제적인 식량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튀르키예와 UN 중재 하에 협정을 체결했다. 양국 곡물과 비료 등을 흑해로 안전하게 수출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협정 기간을 4개월로 설정한 뒤 지난해 11월과 3월 60일씩 연장해 18일이 만기 예정일이었다. 러시아는 협정 만료 약 2주 전부터 신규 통과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러시아가 지난 4일 우크라이나, UN, 터키와 함께 흑해수출 계약을 이행하는 공동조성센터(JCC)에 "폐쇄 예정인 5월18일까지 통과가 완료되지 않는 한 흑해 거래에 참여할 새 선박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지난 17일 우크라이나에서 터키로 가기 위해 흑해를 통과한 DSM 카펠라 호가 신청을 허가받은 마지막 선박이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협정이) 계속되는 것은 전 세계에 좋은 소식"이라며 반겼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서로 신경전을 벌였다. 러시아 외무부는 "흑해 곡물협정에 대한 우리의 원칙적인 평가는 변하지 않았으며 그 이행의 왜곡은 가능한 빨리 수정돼야한다"고 했다. 러시아는 식량과 비료가 서방의 수출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물류, 보험 등에 대한 제재가 곡물 수출에 제한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니셔티브의 지속을 환영하지만, 이것이 효과적으로 작동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번 주 뉴욕상품거래소 밀 가격 추이. 트레이딩이코노믹스
협정이 연장되면서 국제 곡물가격도 일부 안정을 찾았다. 협정 이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밀 1부셸은 전날보다 3.68% 하락한 6.23달러에 거래됐다. 옥수수 1부셸도 3.48% 내린 5.61 달러로 거래됐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