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코다리조림은 맛이 좋은데도 어딘가 허전하더라구요" [책마을 사람들]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

위영금 지음
들녘
300쪽│1만7000원
“한국에서 먹는 명태는 씨알이 굵고 실해요. 양념이랑 버무린 코다리조림을 한입 가득 넣으면 맛이 좋죠. 그런데 한편으론, 어딘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18일 경기 용인시의 한 식당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위영금 작가는 고향에서 먹던 명태 맛을 회상했다. 그의 말투엔 구수한 함경도 억양이 녹아 있었다. “북한 명태는 살집이 작은 대신 감칠맛이 달라요. 다른 양념은 구하기도 어려워서 명태포로 자주 먹었죠. 싱싱한 명태 간을 살짝 구워 북엇국에 넣으면 입안 가득 바다향이 퍼졌죠.” 최근 음식 에세이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를 출간한 그는 북한이탈주민이다. 1968년 함경남도 고원군에서 태어났다. 1998년 두만강을 건넌 뒤 중국과 말레이시아를 거쳐 2006년 대한민국에 왔다. 한국에 정착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사, 경기대 북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0년 시집 <두만강 시간>을 펴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고향을 떠난 이유는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이전까지는 ‘남한처럼 풍족하진 않아도 먹고살 만했다’고 한다. 때는 1990년대 중반 북한에 불어닥친 고난의 행군 시기. 위 작가는 지금도 당시 일을 입 밖으로 내기 꺼린다고 한다. “지옥을 본 것 같아요. 아비규환이었죠. 제 고장 아파트에 10가구가 살았는데, 집마다 굶어 죽지 않은 이웃이 없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홀로 한국에 들어왔지만, 여기에서 삶도 순탄치 않았다. 한국에서 여러 강연에 나가며 들은 말을 그에게 비수가 돼 꽂혔다. 몇몇 청중들은 ‘우리는 늘 배부르고, 너희는 늘 배고프잖아’는 식의 질문을 던지며 북한 사회에 대한 자극적인 비판만을 요구했다.고향에 남겨둔 가족에 대한 그리움, 한국에서 적응하며 겪은 어려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 냉장고에 넣어둔 김치가 눈에 밟혔다. “그때도 푹 삭힌 함경도 명태김치를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어요. ‘쩡~’한 국물을 마시니 답답했던 속이 뚫리는 것 같았죠.”
남북한 사이의 문화적 간극을 줄이기 위해 그가 선택한 소재는 음식이었다. 이번 책에선 북한의 지역과 문화, 정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50가지 음식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했다. 아바이 순대와 돼지국밥 등 익숙한 이름들부터 꼬장떡, 강낭죽 등 낯선 요리들까지 다양하다.
“남북한의 식문화는 완전히 달라요. 가장 좋은 걸 골라 먹는 남한과 달리, 이북에선 배 채우고 살기 위해 먹죠. 그 다름을 이해하는 게 북한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알아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문장 속에는 풍족하지 않을지언정 따뜻한 사람 냄새가 배어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