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거 아니었어?"…에스파도 반한 기상천외한 패션 [하수정의 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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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조끼 드레스·쓰레기봉투 크롭탑미대생이 쓰던 캔버스로 만든 가방, 낚시조끼 드레스, 쓰레기봉투 크롭탑 등 기상천외한 소재로 만든 패션이 뜨고 있다. 이른바 '재활용 패션'이다. 일부 매니아층에 국한된 흐름이 아니다. 대형 패션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해외 패션위크에 소개되는 등 패션계의 한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패피'들이 빠진 재활용 패션
지속가능패션 전문 브랜드 100개 넘어
무신사에도 50여개 입점
가치소비 확산에 급부상
지속가능패션 전문 브랜드 100개 달해
1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속가능 패션'을 내세운 전문 브랜드는 국내 1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올해 초 론칭한 지속가능패션 전문관 ‘무신사 어스’에 입점한 브랜드만 해도 52개에 달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속가능패션 전문 브랜드가 5년 전에는 20개 안팎에 불과했지만 최근 급격히 증가하며 100개를 돌파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지속가능패션이란 디자인·생산·소비·폐기 과정에서 환경 친화적으로 접근한 패션을 말한다. 재활용 소재 사용 뿐 아니라 동물복지, 공정무역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패션이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지속가능패션 시장 규모는 2019년 63억5000만 달러에서 올해 82억5000만 달러(11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선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계열 스텔라 맥카트니가 지속가능패션의 대표 브랜드로 꼽힌다. 비틀즈의 멤버 폴 메카트니의 딸인 스텔라 맥카트니는 본인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통해 모피, 가죽 등 동물성 소재를 쓰지 않으며 수익의 일부를 자선활동에 쓴다.
가치소비 확산에 친환경 소재 부상
국내에서도 가치소비가 확산하면서 소재 재활용을 포함한 지속가능패션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디자이너패션어워즈'에서 최우수 패션디자이너상을 받은 '얼킨'은 버려지는 재료를 업사이클링(폐기 자원에 가치를 더해 새 제품을 만드는 작업)해 의류를 만든다. 주류회사인 하이트진로가 투자한 브랜드다.얼킨은 2014년부터 폐기될 위기에 놓인 회화 작품의 캔버스를 활용해 가방을 만들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파리패션위크에선 중년 남성이 입다 버렸을 법한 낚시 조끼로 드레스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걸그룹 에스파는 얼킨의 재활용 의류를 구입해 최근 신규 앨범 포트폴리오를 찍기도 했다. 얼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성동 얼킨 대표는 "작업을 시작한 초기만해도 예술계나 일부 매니아들이 수집차원에서 관심을 가지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대중적으로 친환경 소재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일반인이 실제 실생활에서 착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지나 선인장, 와인찌꺼기 등 비(非) 동물성 소재로 가죽 의상을 만드는 '비건타이거'와 버려진 군용텐트나 공장 작업복으로 패션잡화를 만드는 '카네이테이'도 지속가능패션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일반 패션디자이너 브랜드들도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함께 밀라노 패션위크에 공식 초청받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뮌'도 다양한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쓰레기봉투 크롭티, 호텔타월 스커트, 커피포대 티셔츠 등 누구도 쳐다보지 않을 것 같은 재료로 '패션피플'들이 열광하는 디자인을 뽑아내며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정부도 지속가능패션에 지원
정부의 지속가능 패션 분야 지원이 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 확산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매년 10여개의 지속가능패션 브랜드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단순 재활용 소재 활요을 넘어 환경, 경영, 사회적 영역에서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지원한다.산업통상자원부와 서울시,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등에서도 친환경 패션 등에 대한 지원정책을 쓰고 있다. 최승연 한국콘텐츠진흥원 음악패션산업팀장은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친환경 의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소비 성향이 대두되는 분위기"라며 "지속가능패션은 앞으로 패션업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