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마약에 골병 든 美…미성년자 사망률 50년 만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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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19세 사망률 2020년부터 반등미국에서 아동 및 청소년의 사망률이 2020년부터 급격하게 늘었다. 미국 정부가 지난 수십년간 미성년자의 사망률을 낮춰왔던 노력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놀랍게도 미성년자의 사망률이 늘어난 건 코로나19 감염이 아닌 총기 사고와 약물 과다복용 등 때문이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립대 사회의료센터의 스티븐 울프 명예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2021년 미국 인구 대비 1∼19세의 사망률(잠정치)이 전년보다 8.3% 늘었다고 최근 15년 새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의 1~19세 사망률은 2020년는 전년 대비 10.7% 급등했다. 2년 연속 상승률로 따지면 근 50년 만에 최고라고 WSJ은 전했다.미국은 의료기술과 자동차 안전 기술 발달 등으로 인해 아동·청소년의 사망률이 오랜 기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있던 2020년 이후 뚜렷하게 상승 전환한 것이다.사망률이 높아진 이유는 코로나19 감염이 아니었다. 교통사고, 살인, 자살, 약물과다 복용이 2020년 이후 미국 1~19세의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울프 교수는 "(의학 기술 발전 등에 의한) 사망률 감소에 기여해온 모든 효과가 4대 요인에 의해 상쇄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청소년들의 불안과 우울증을 악화시켰다. 이는 청소년들의 자살 및 약물 복용으로 이어지면서 주요 사망 원인이 됐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미국에서는 조금만 과용 복용해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일명 '좀비 마약'인 펜타닐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미국 내 총기 사건도 사회적 문제다.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미국의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갈등의 '사적 해결'이 늘어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 내 총격 사건은 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고 있지 않다. 연구기관 스몰암스애널리틱스&포어캐스팅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미국의 총기 판매량은 2280만 정으로 추정, 2019년 판매량(1390만 정)을 훌쩍 뛰어넘었다.교통사고가 아동·청소년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다가 코로나19 발발 시기를 전후해 기여도가 다소 반등하는 모습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소아과 의사로 2년간 활동했던 울프 교수는 "그곳에서 아이들이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죽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미국에 돌아온 지금 총기나 자동차같이 사람이 만든 요인으로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게 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겹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프레데릭 리버라 워싱턴대 교수는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악화가 지속되고 총기 접근이 제한되지 않는 이상 문제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