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딸기힐링팜 운영하는 30대 "네덜란드형 모델 만들것"

[한경 잡아라 기자단이 간다 : 안해성·장소원 대표 인터뷰]

사과짓는 20대 "미래 식량문제 해결에 기여하고파"
농촌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청년들이 점점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의 귀농·귀촌 실태조사(2021년 기준)에 따르면 2019년 1206 가구이던 청년 귀농인구는 2020년 1362가구, 2021년 1522 가구로 점점 늘고 있다. 또한, 이 자료에선 미래발전 가능성을 보고 귀농한 청년(26.4%)이 ‘가업 승계’를 위해 귀농한 청년(26.2%)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포천에서 약 2000평 규모의 농장 ‘포천딸기힐링팜’을 운영하고 있는 안해성 대표(38)와 강원관광대 카지노관광과를 졸업 후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서 1000평 사과밭을 운영하는 장소원 대표(25)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첨단 기술과 혁신적인 경영으로 농업의 6차 산업을 이끌고 있다. 안 대표와 장 대표를 직접 만났다. ◆딸기·사과밭 운영하는 청년농부
안해성 대표는 서울대 지질학 석사 졸업 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안 대표는 우연히 TV를 보다가 스마트팜을 알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빅데이터를 연구했던 안 대표는 연구분야를 농업에 활용하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한 장소원 대표는 졸업 후 중국 유학 후 호텔 서비스업이나 카지노 딜러를 꿈꿨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그의 꿈을 막았다. 평소 식물을 좋아했던 장 대표는 집 앞 양재 꽃시장을 구경하며 식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는 여러 작물의 생산성을 분석한 결과 비용 대비 소득이 높은 사과 농사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안해성 대표가 딸기 농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이다.
청년 농업인들은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농업 분야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혁신을 이룩하고 있다. 안해성 대표는 “지질학과에서 얻은 건설 기술의 고급 자격을 바탕으로 스마트팜 설계와 시공 과정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스마트팜에 필요한 다양한 엔지니어링 기술을 활용하며 농업 혁신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소원 대표 역시 “카지노관광과에서 배운 인간 중심의 접근법과 중국 유학 경험을 토대로 농업 판매 시장에 대한 확장과 상품 수출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년 농업인들은 전공 지식과 경험을 농업 현장에 접목시켜, 농촌의 경쟁력을 높이며 성공적인 결과를 이루어 내고 있다.
장소원 대표가 2022년 9월부터 작업한 밭 조성 과정 사진이다. 왼쪽 위에부터 시계방향으로 밭의 초기 단계, 토양 평탄화 과정, 흙의 상층을 하층으로 이동, 물 배수 시설 유동관 설치, 묘목 포장 및 준비, 19일 기준으로 완성된 밭 모습.
◆청년농 3만명 육성…"지원책 활용을"
꽃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안해성 대표의 경우 “주민간의 갈등에 시달리며 농촌 인프라의 부족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병원, 영화관, 쇼핑몰, 초등학교 등 도시에 비해 열악한 환경은 농촌 생활의 큰 걸림돌이 되며 농업은 자연재해 및 기후 영향을 많이 받아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장소원 대표는 “농업에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고 실습, 땅 구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제적인 부담감이 크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은 따뜻한 마음으로 도움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고 모르거나 배워야 할 부분이 있으면 주변 농가에 물어보고 도움을 받아 하나씩 극복하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최근 정부는 2027년까지 청년농 3만 명 육성, 2040년 청년농 비중 10%를 목표로 하는 '제2차(2023~2027) 후계 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같은 정책의 영향으로 청년영농 지원 대상자는 2배 증가했다. 융자 지원 규모 및 각종 장학금이 확대되며 청년농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증가했다.

안해성 대표는 “농업재단 장학금과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대학생들이 농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장소원 대표는 “청년창업농 지원자금을 통해 토지를 구매하고 사과 밭을 조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 농업인들은 여전히 농지은행의 부족한 매물과 불경기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장소원 대표는 “청년창업농에게 1년간 지역별 실습 농장을 제공하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추가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19일 청주시 미원면에서 찍은 이 사진은 올해 3월에 심어진 아리수 묘목의 현재 상황을 보여준다.
청년 농업인들은 농촌 혁신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안해성 대표는 자신의 농장을 후손에게 물려주려고 계획하고 있으며, 가족 단위의 영농조합 발전을 통해 농촌 인프라 구축과 인구 유입을 촉진시킬 꿈을 꾸고 있다. 그는 “네덜란드의 가족 기업형 농업 모델을 참조하여 우리나라의 재래식 농업에서의 탈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소원 대표는 “식량 문제와 인구 증가, 토지 황폐화 등의 이유로 미래 농촌에서는 수직 농업, 에어로포닉스, 인공지능 기술 등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지속적인 공부와 노력으로 전문 지식을 갖추고 미래 농업과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안해성과 장소원 대표는 농업이야말로 자신만의 사업을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멋진 직업임을 강조했다.

한경 잡아라 기자단 5기 김지은, 박소은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