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쓰는 美 석학 "韓 경쟁력, 한국인만 잘 몰라"

샘 리처드 펜실베이니아大 교수

타인과의 협업 의지 강한 특성
세계는 지금 '한국다움'에 열광
한류 열풍 쉽게 사라지지 않아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의 힘이 훨씬 굉장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지성과 공손함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중심의 한국 문화는 세상을 바꿀 힘을 갖고 있어요.”

세계적 석학인 샘 리처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사회학과 교수(사진)에게서 카카오톡이 왔다. 18일 서울 양재동 동원산업 본사에서 열린 동원그룹 임직원 특별강연에서 명함을 주고받은 직후다. “세계가 지금 ‘한국다움(Koreanness)’에 열광하고 있다”는 리처드 교수의 발언 중 ‘한국다움’은 무엇인지 질문하자 추가 답변을 카톡으로 보내온 것이다.인종, 성별, 문화 등을 다루는 리처드 교수의 강의는 매 학기 700명이 넘는 학생이 수강해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강의로 꼽힌다. 그는 이 강의로 에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리처드 교수는 ‘지한파’ 석학이란 평가를 받는다. 유튜브 등으로 강의가 공개되며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이날 동원그룹 임직원 강연에서 그는 “한국은 매우 독특한 문화를 가진 국가”라고 했다. 다른 사회와 비교했을 때 한국이 타인과 협업하려는 의지가 강한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동체의 힘은 한국과 같은 문화적 특성을 가진 조직에서 발휘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등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도 했다.“정작 한국 내부에선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하고, 경쟁적이고 획일화한 문화에 지쳐 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자 그는 “한국의 경쟁력을 한국인만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답했다. 리처드 교수는 “미국 명문대 한국어 강의 수강생이 몇 년 전만 해도 20명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200명이 넘는다”며 “페루의 작은 도시에서조차 방탄소년단(BTS), 소녀시대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K푸드, K컬처 등 한류 열풍이 단기적 유행에 그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한국다움을 유지하고 비관적인 시각을 줄인다면,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답했다.

이번 특별강연은 동원그룹이 매주 목요일 진행하는 임직원 세미나에 리처드 교수를 초청하며 이뤄졌다. 1974년 처음 시작된 동원그룹 목요 세미나는 이날까지 총 2277회 열렸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도 이날 직원들과 함께 리처드 교수의 강의를 경청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