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10조원 필요하다는 日 저출산 대책…어떻게 마련할까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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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저출산 대책 정밀 비교(5)
대책별 예산규모·1인당 부담액 나와있는 일본
5조~11조엔 필요…기업 분담금·사회보험료 인상할듯

한·일 저출산 대책 정밀 비교(4)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이 불분명한 재원 방안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한국의 시각에서 보면 일본의 저출산 대책은 상당히 세세한 부분까지 재원이 분석돼 있다.지난 3월말 저출산 종합대책을 발표한 한국 정부는 연간 40조원의 예산을 배정할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사항은 이후 공개하겠다고 했다. 소관 부처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을 짜는 올 하반기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예정이다.

차원이 다른 저출산 정책을 통해 일본 정부가 두 배로 늘리려는 예산은 3가지로 추정된다. ▲총리가 언급한 가족 관계 사회지출 ▲저출산 대책 관계예산 ▲어린이가정청 관련 예산이 그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한 발 빼긴 했지만 국제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본 국민들에게 저출산 대책의 규모를 가장 실감나게 보여줄 수 있는 기준이기도 하다. 2020년 일본의 가족 관계 사회지출은 10조7536억엔이었다.
어느 쪽이든 두 배로 늘리려면 적어도 4조8000억엔, 많게는 10조7536억엔이 필요하다. 이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방법은 4가지다. 기업의 분담금 증가, 국채 발행, 증세, 사회보험료 인상이 그것이다.
일본 정부는 '어린이·육아 갹출금'이라는 명목으로 기업에 사원 급여의 0.36%에 해당하는 금액을 물린다. 이 금액을 올려서 예산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증세는 소비세 인상을 뜻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소비세를 2014년 4월 5%에서 8%로, 2019년 9월 8%에서 10%로 두차례 올렸다. 저출산·고령화의 진전으로 급증하는 사회보장비 부족분을 매운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소비세를 올릴 때마다 경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아베 전 총리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 조차 "'잃어버린 30년' 장기 침체에서 회복될 기미를 보일 때마다 소비세 인상이 찬물을 끼얹었다"라고 지적한다.
네 가지 방안 가운데 답은 거의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이미 소비세를 앞으로 10년 정도는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채 발행도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이 "재정을 악화시킨다"며 즉각 부인했다.남은건 기업의 분담금(어린이·육아 갹출금)이나 사회보험료를 올리는 것이다. 일본의 사회보험료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와 기업이 절반씩 분담한다. 결국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