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트위터 손 들어준 美 대법원 "콘텐츠 관리 책임 없다"

IS에 아들 잃은 유가족 "플랫폼, 관련 콘텐츠 방치"
구글·트위터에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소송 제기

대법원 "알고리즘은 필터링할뿐" 피해자 주장 기각
"다른 사건에선 다른 결론 낼 수 있다" 소수 의견도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 책임 면제' 230조 논란 재점화
"27년째 그대로" 미 의회에서 개정 논의 이어질듯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가 올린 게시물에 대해 업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미국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슬람국가(IS) 테러에 구글, 트위터 등이 기여했다는 주장을 대법원이 기각한 것이다.

대법원 "알고리즘은 콘텐츠 필터링할 뿐"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 대(對) 탐네' 사건과 '곤살레스 대 구글 LLC' 사건에서 피고 트위터와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두 소송은 IS 테러 피해자의 유족이 소셜미디어 기업에게 테러방지법 위반 여부를 물으며 시작됐다. 2017년 IS의 이스탄불 테러로 사망한 요르단인 나우라스 알라사프의 유족은 트위터가 테러 관련 콘텐츠를 통제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5년 파리 테러 희생자인 노에미 곤잘레스의 유족은 구글이 자회사인 유튜브에서 IS가 대원을 모집하는 것을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두 사건 모두 원고가 소셜미디어 기업 측 과실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트위터 대 탐네 사건과 관련해 "피고가 단순히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이메일, 휴대폰 또는 일반적으로 인터넷을 만든 것보다 더 큰 과실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하급심 승소 판결을 뒤집었다. 곤살레스 대 구글 LLC 사건에 대해서는 "피고의 추천 알고리즘은 플랫폼의 모든 콘텐츠를 필터링하는 인프라의 일부일 뿐"이라며 구글의 책임이 없다는 하급심 판결을 유지했다.

플랫폼 보호하는 '통신법 230조' 논란 여전

이번 판결은 플랫폼을 통해 유통된 콘텐츠에 대한 소셜미디어기업의 책임 여부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쟁점은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 230조였다. 온라인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운영자의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의 보호 규정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230조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구글과 트위터가 테러단체의 트윗이나 동영상을 추천해 수익을 창출한 적이 없고, 테러방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뒤에는 230조를 다룰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판결이 소셜미디어기업의 테러지원이라는 제한된 사건을 다룬 만큼 향후 다른 종류의 소송이 제기될 경우 230조가 어떻게 적용될지 알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관 중 한명인 케탄지 브라운 잭슨 판사는 "다른 혐의와 다른 기록을 제시하는 다른 사건에서는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동의 의견을 냈다.
미국 의회에서 230조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대법원 판결 뒤 곤잘레스 가족의 변호사인 니사나 다르샨-라이트너는 "이제 싸움은 의회로 넘어갈 것이며 의회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30조를 마주하지 않은 대법원의 결정은 선출직 공무원들이 이 법을 개정해야한다는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회에서는 27년째 그대로인 230조를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맞게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두 230조를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2021년 1월 의회 점거사건이 발생한 뒤 법안들을 발의하고 수차례 의회 청문회를 여는 등 230조 개정을 추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를 공격하도록 지지자들을 독려한 데 트위터 등 SNS가 사용됐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정치인들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가 보수적인 발언에 불공정하게 편향돼있다고 주장하며 230조를 개정하겠다고 주장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