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코로나19 확산에도 골프 친 공공기관 간부 해임 적법"

코로나 대책단장으로 '모임 취소' 지시하고 자신은 골프
코로나19 확산 초기 사내 방역 지침을 어기고 골프를 친 공공기관 간부를 해임한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5부(윤강열 정현경 송영복 부장판사)는 19일 A씨가 한국교통안전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공단 기획본부장이던 2020년 1월 '코로나19 대응방안 대책단' 단장을 맡았다.

정부는 그 무렵 코로나19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대구·경북 지역 내 불필요한 일회성 행사를 자제하라고 공지했다. 이에 대책단은 각 부서에 단체 회식, 출장, 행사 등 외부 활동을 제한하고 사적 모임을 가급적 취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A씨는 그해 3월 김천에 있는 골프장에서 직원들과 회동했고, 해당 골프장 방문객이 코로나19에 걸려 자가격리 대상자가 됐다.

A씨는 회사에 골프장 방문 사실을 숨기고 '마트에 갔다'는 내용의 거짓 경위서를 냈다. 이후 같은 달 직원들과 또 골프 모임을 가졌다.

이 사실이 알려져 공단 간부들을 비판하는 보도가 잇따르자 같은 해 6월 공단은 A씨를 해임했다.

A씨는 "해임에 절차상, 실체상 하자가 있다"며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미지급 보수를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1심은 해임처분을 공단의 징계권 남용으로 보고 A씨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상임이사인 만큼 공단의 처분은 '징계 해고'가 아닌 '계약 해지'라고 봤다.

이어 "A씨는 코로나 비상대응 대책단장으로서 전 부서에 내린 지시를 스스로 두 차례나 어기고 경위서도 허위로 작성했다"며 "이는 계약 해지 근거인 '성실의무·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른 해지 사유인 '직무수행에 현저히 지장이 있는 경우'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