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구글·트위터, 콘텐츠 관리 책임 없다"

테러 희생자 유족 패소 판결

"플랫폼 악용 막기 어렵다"
만장일치로 피고 손 들어줘

사실상 'SNS 면책권' 인정
최근 개정·철회 요구 잇따라
당분간 정치권서 논란 일듯
사진=AFP
소셜미디어 사용자가 올린 게시물에 대해 업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미국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테러에 구글, 트위터 등이 기여했다는 주장을 기각한 것이다. 정치적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 콘텐츠에 대한 소셜미디어의 책임 여부를 다루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커질 수 있다.

○소셜미디어 과실 입증 실패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 대 탐네’ 사건과 ‘곤살레스 대 구글 LLC’ 사건에서 피고 트위터와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두 소송은 IS 테러 피해자의 유족이 소셜미디어 기업에 테러방지법 위반 여부를 물으며 시작됐다. 2017년 IS의 이스탄불 테러로 사망한 요르단인 나우라스 알라사프의 유족은 트위터가 테러 관련 콘텐츠를 통제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5년 파리 테러 희생자인 노에미 곤살레스의 유족은 구글이 자회사인 유튜브에서 IS가 대원을 모집하는 것을 방조했다는 점을 들어 소송에 들어갔다.대법원은 두 사건 모두 원고가 소셜미디어 기업의 과실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날 ‘트위터 대 탐네’ 사건에서 만장일치로 트위터에 법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작성한 판결문에서 “IS와 같은 악당들은 피고와 같은 플랫폼을 불법적이거나 때로는 끔찍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며 “일반적으로 전화나 이메일, 인터넷 등도 이런 점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곤살레스 대 구글 LLC 사건에 대해서는 “피고의 추천 알고리즘은 플랫폼의 모든 콘텐츠를 필터링하는 인프라의 일부일 뿐”이라며 구글의 책임이 없다는 하급심 판결을 유지했다.

○‘통신법 230조’ 논란 불붙나

두 사건은 인터넷에 사용자가 올린 게시물에 대한 소셜미디어 업체들의 면책권을 인정하는 통신품위법 230조 문제와 맞물려서 큰 관심을 받았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온라인 플랫폼에 올라온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운영자의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의 보호 규정이다.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통신품위법 230조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구글과 트위터가 테러단체의 트윗이나 동영상을 추천해 수익을 창출한 적이 없고, 테러방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통신품위법 230조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의회에선 230조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포스트는 “230조를 마주하지 않은 대법원의 결정은 선출직 공무원들이 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회에서는 27년째 그대로인 230조를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두 230조를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2021년 1월 의회 점거사건이 발생한 뒤 법안들을 발의하고 여러 차례 의회 청문회를 여는 등 230조 개정을 추진했다. 트럼프가 의회를 공격하도록 지지자들을 독려하는 데 트위터 등 SNS가 사용됐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정치인들 또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가 보수적인 발언에 불공정하게 편향돼 있다며 230조를 개정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