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갉아먹는 저승사자'…강남 출몰 흰개미 정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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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현장 조사 및 긴급 방제 실시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주택에서 발견된 흰개미가 목조건축물에 큰 해를 끼치는 외래종인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이 흰개미는 목재를 갉아 먹어 '목조 건물 저승사자'로도 불리며, 지금까지 한국에서 발견되지 않은 외래종이다.
환경부는 정밀 현미경을 이용해 확인한 결과 지난 17일 강남구 주택에서 발견된 흰개미는 '마른나무흰개미과(Kalotermitidae) 크립토털미스(Cryptotermes)속'에 속하는 흰개미로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18~29일 현장 조사와 긴급방제를 실시했고, 추후 역학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국립생물자원관과 경상대는 유전자 분석을 진행 중이며, 동정(생물의 분류학상 위치와 종 정보를 바르게 확인하는 작업)이 완료되기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전했다.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의 국내 서식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앞서 2021년 한국응용곤충학회 학술지에 전남 완도군 여서도에서 마른나무흰개미 일종인 '통짜흰개미'를 발견했다는 보고서가 실린 바 있다.
이번에 발견된 흰개미 종은 인체에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목재 건축물과 자재에 큰 피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습한 환경에 서식하는 국내 흰개미와 달리, 수분이 결핍된 건조한 환경에 내성이 강해 토양과 접촉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국내 흰개미는 습한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땅에 접촉된 목재에만 피해를 주지만, 외래 흰개미는 땅과 돌로 분리된 전통 한옥과 목조 문화재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주 등에서는 목조건물을 붕괴시키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흰개미가 어떻게 국내에 유입됐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당장 강남구 주택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외부에서 유입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실내 목재 문틀(섀시)에서 서식하고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한편, 환경부는 외래 흰개미를 발견하면 국립생태원 외래생물 신고센터에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