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분쟁 피란민 100만명 넘어…무정부 상태서 약탈 기승

은행과 상점, 산업단지까지 털려…정부군-RSF 책임 공방
하르툼 시민 "우리는 지금 악마의 도시에 산다"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 간 무력 충돌이 한달 넘게 이어지면서 피란민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최대 격전지인 수도 하르툼은 치안 시스템이 붕괴한 가운데, 군인은 물론 시민들까지 약탈에 가담하면서 숨어 지내야 하는 시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매슈 솔트마시 유엔 난민기구(UNHCR)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수단 군벌 간 무력 분쟁으로 지금까지 109만여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84만여명은 수단 내 안전지대에 대피해 있고, 25만명은 국경을 넘어 이웃 국가로 피신했다. 국경을 넘은 피란민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이집트로, 약 11만명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난민기구 측은 덧붙였다.

솔트마시 대변인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피란민 가운데 상당수는 폭력과 심리적 충격을 유발하는 환경에 노출되거나 피란길의 고충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의 RSF 간 최대 격전지인 하르툼에서는 약탈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하르툼에 머무는 공무원 사라 압델아짐(35)은 "누구도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경찰도 국가도 없다.

범죄자들이 집을 공격하고 우리가 가진 모든 걸 빼앗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군벌 간의 격렬한 분쟁이 시작된 이후 하르툼은 무정부 상태다.

RSF 병사들이 사실상 하르툼 거리를 장악하고 정부군이 RSF 주둔지를 향해 공습을 지속하는 가운데, 거리에서 경찰관들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정부군 측은 RSF 대원들이 은행과 보석 상점, 가정집을 가리지 않고 약탈을 자행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RSF는 강도들이 신분을 속이기 위해 자신들의 군복을 입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RSF 대원들이 차량을 훔치기도 하고 민가에 들어가 지낸다고 증언했으나, RSF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하르툼 산업단지에 있는 현지 최대 기업 DAL 그룹 소유의 제분소 등 공장들과 은행, 금은방 등도 남아나지 않은 상황이다.

하르툼에서 탈출해 이집트로 이동하면서 산업단지의 약탈 광경을 목격했다는 은행 간부 카심 마흐무드는 "그들이 정글 칼을 머리 위로 휘두르면서 밀 포대 등을 옮기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모하메드 살레흐(39)는 "우리는 지금 악마의 도시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약탈하는데, 정부군도 RSF도 경찰도 시민을 보호하려 하지 않는다. 도대체 국가란 게 뭐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