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투쟁 돌입"…北과 총파업 계획 주고받은 민노총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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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본사'·민노총은 '영업1부'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 씨(52) 등이 북한과 대규모 집회, 파업을 공모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여러 차례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은은 '총회장'으로 표현해
기업처럼 꾸며 지령 90건 받아
화물연대 총파업 꼼꼼하게 지시받아
"尹, 업무개시명령 불법성 분석하라"
파업 실패 구체적 대응방안 전달받고
"끈질긴 투쟁 잘했다" 칭찬 받기도
21일 한국경제신문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석 씨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을 지낸 김모 씨(48), 민주노총 산하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 씨(54), 제주평화쉼터 대표 신모 씨(51) 등 4명이 북한에서 받은 90건의 지령문 등이 상세하게 적시됐다.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총회장’, 북한 문화교류국을 ‘본사’, 지하조직을 ‘지사’, 민주노총은 지하조직의 지도를 받는다는 의미로 ‘영업1부’로 부르는 등 평범한 기업체처럼 위장한 채 활동을 숨겨왔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정원두)는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 제공 등) 혐의로 지난 10일 이들을 구속기소했다.
공소장엔 이들이 북한에서 받은 수십건의 총파업 계획 등 구체적인 행동 지시가 담겨있다. 북측은 지난해 12월 6일 지령문을 보내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의 정당한 파업을 ‘정치적 파업’, ‘불법, 민폐 파업’으로 규정하면서 영업1부(민주노총)의 국보법 폐지, 한미연합군사연습 반대 등을 문제 삼아 ‘북의 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으로 이념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결이 있을 때까지 ‘민중 행동’을 내세워 투쟁 기세를 계속 유지·확대해 나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북측은 화물연대의 총파업 중단 사태에 대처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북측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직후인 지난해 12월 17일 지시문을 보내 “각급 단체들과 경향성이 좋은 경제전문가들을 내세워 당국의 살인적 행정조치인 ‘업무개시명령’의 불법성을 낱낱이 파헤쳐라”, “중도에 이번 파업을 포기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각성시키고 파업 투쟁에 보다 의욕적으로 떨쳐나서도록 하라”는 등의 대응방안을 전달했다. 실제로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반헌법적인 업무개시명령 엄포를 중단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고소·고발장을 접수하고 단식투쟁에 나서 사회 이목을 끌라는 지시도 있었다. 북측이 지난해 12월 17일 보낸 지시문엔 “파업투쟁 참가자들과 그 가족들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생존권 요구를 ‘친북 행위’로 몰아 정치적으로 탄압한 이들에게 고소·고발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라”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파업기간 정부의 탄압행위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하고 정부의 압박에 항의하는 의미의 단식투쟁에 돌입하는 것이 좋은 사례”라는 내용이 담겼다.
북측은 대규모 총파업 이후인 지난해 6월 29일에는 “화물연대의 끈질긴 총파업 투쟁으로 끝끝내 당국의 굴복을 받아내 노동계의 힘을 과시한 데 대해 힘찬 전투적 인사를 보낸다”는 지령문을 보내 민주노총을 칭찬하기도 했다.
권용훈/양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