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자주 갈수록 이득"…2030 '우르르' 몰리는 이유 [송영찬의 신통유통]

치솟는 물가에 2030세대 몰렸다
'구독경제' 놀이터 된 편의점
사진=연합뉴스
고물가에 편의점 정기 구독서비스가 호황을 맞고 있다. 매달 구독료를 내더라도 받을 수 있는 할인 규모가 더 크다고 판단한 소비자가 늘어서다. 구독 쿠폰 이용률은 상품군별론 도시락, 연령대별론 2030세대에서 유독 높게 나왔다. 외식 물가가 치솟는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젊은층들이 몰려든 결과다. 차별화된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려는 업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구독서비스 이용자 135% 늘어

사진=BGF리테일 제공
21일 BGF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1~4월 편의점 CU의 구독 쿠폰 이용 건수는 전년동기 대비 135.4% 늘었다. 지난해 이용 건수가 전년대비 119% 늘어난데 이어 2년 연속 이용건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상품군별로는 도시락의 비중이 가장 컸다. 전체 구독 쿠폰 이용 건 중 도시락이 차지한 비율은 13%였다. 이어 커피(10.2%), 우유(9.0%), 삼각김밥(8.3%), 컵라면(7.5%)가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비중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 중 30대는 36.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대는 33.8%로 뒤따랐다. 나머지 세대에선 40대(22.6%), 50대(5.0%), 10대(2.2%) 순이었다. 외식 물가가 크게 오르며 젊은 직장인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대체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편의점 구독 서비스는 월 구독료 2000~5000원을 내면 여러 장의 할인 쿠폰을 받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4000원 상당의 도시락 구독 서비스에 등록하면 10장의 20% 할인 쿠폰을 제공해준다. 5000원짜리 도시락이면 한 달에 네 번 이상만 먹어도 낸 구독료 이상을 할인받을 수 있다. 자주 이용할수록 받는 할인 혜택도 커지는 구조다. 한 편의점에서 여러 개의 구독 서비스에 가입한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올해 CU에서 구독 서비스 이용하는 소비자 중 2개 이상의 쿠폰을 구매한 소비자 비중은 31%였다. 지난해(27%)와 지난 2021년(15%)과 비교해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3개 이상의 구독 쿠폰을 구매한 이용자도 14%에 달했다.

구독 통해 '자물쇠 효과' 노리는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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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업계는 구독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을 자사 편의점만 찾게 만드는 ‘록인 효과(자물쇠 효과)’를 노린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은 소비자들이 브랜드보다는 접근성을 더 고려하는 대표적인 유통 채널로 꼽힌다. 하지만 구독 서비스에 등록한 소비자들은 더 많은 할인을 받기 위해 해당 브랜드의 편의점만을 찾게 만들 수밖에 없다. 연관 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도시락 구독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편의점에 들른 소비자들이 도시락과 함께 마실 음료를 구입하거나 컵라면과 함께 먹을 즉석밥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편의점 업체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을 겨냥해 탄산음료, 스낵, 계란, 바나나 등의 다른 상품군으로도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구독 쿠폰을 이용할 때 구매율이 높은 연관 상품군에도 구독 서비스를 도입해 록인 효과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계속되는 물가 인상으로 편의점에서 짠테크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구매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구독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