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서 국제사회 기여 부각한 尹 "식량·보건·기후 위기서 역할" [G7 정상회의]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기여 의지를 적극 피력했다. 한국이 비록 G7 회원국은 아니지만 높아진 국가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국제사회에서 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번 G7 기간 중 초청국 정상까지 함께하는 확대회의 세션에 모두 세 차례 참석했다.지난 20일 첫 번째 세션은 식량·보건·개발·공급망 등을 주제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서만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다”며 식량 및 보건 취약국의 역량 증진에 기여할 구체적인 노력과 방안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식량원조를 받았던 경험을 언급하며 “식량 위기국에 대한 장·단기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확대세션에 참석했다. 오른쪽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왼쪽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연합뉴스
우선 한국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식량 위기 국가에 제공하는 쌀 지원 규모를 매년 5만t에서 10만t으로 두 배 늘리겠다고 밝혔다.장기적으로는 사하라 사막 이남 및 아프리카 서·동부 해안에 한국의 쌀 자급 경험을 전수하기 위한 ‘K-라이스벨트’(한국형 쌀 생산벨트)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세네갈·카메룬·우간다 등 6개국에 시범 사업을 개시했고, 내년부터는 케냐를 포함한 7개국 이상으로 협력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보건 분야에 대해서도 백신 치료제 개발연구를 지원하는 국제 공공·민간 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에 현재까지 공여액 보다 세 배 가까이 증가한 2400만 달러 규모의 공여를 하기로 했다.

개도국에 대한 ‘보편적 의료보장’(UHC, Universal Health Coverage)지원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바이러스나 세균 자체보다도 인류의 건강을 진정으로 위협하는 것은 글로벌 보건 격차”라며 “국제사회가 이를 해소하는데 힘을 모아야만 미래의 충격에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협력’을 주제로 열린 두 번째 확대세션에서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환경오염’이라는 3중의 위기에 맞서야 할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각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해 온 기후 목표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혁신하고 공유해야 하며,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이행 방안으로 G7이 주도하는 ‘기후클럽(Climate Club)’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선언했다. 기후클럽은 2050년 기후중립 달성을 목표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주도해 G7이 결성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탈탄소 협력에 한국이 G7과 함께 협력하겠다”며 “수소의 생산, 유통, 활용 주기에 걸친 인도-태평양 지역 역내 ‘수소 협력플랫폼’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일본 히로시마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친교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리는 ‘한국-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 기간에 기후 취약국인 태평양도서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청정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겠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의 성안을 위해 2024 하반기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산림녹화 경험과 함께 그동안 한국이 아시아에서 해온 산림 녹화 지원 성과도 소개했다.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세계시민의 진정한 자유와 번영을 확대하는 데 대한민국이 더욱 큰 역할과 기여를 해 나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비전과 약속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히로시마=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