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치선'마저 뚫렸다…위안화 약세는 시진핑 리더십의 위기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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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심리적 마지노선작년 말 코로나 봉쇄 해제에 따라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됐던 중국 경제에 잇달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위안화 환율마저 마지막 방어선으로 불리는 ‘포치선(1달러=7위안)’이 뚫렸다. 주목되는 것은 위안화 절하를 종전과 달리 중국 경제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위기로 보는 시각이다.
'1달러=7위안'도 붕괴
中 경제 적신호 켜져
경제적 불평등 심화
성장률도 목표 미달
시진핑의 야망 흔들려
첫째, 시 주석은 자신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부터 해결하지 못했다. 1921년 설립된 중국 공산당은 100주년이 되는 2021년에 인민 모두가 평등하게 잘사는 ‘샤오캉’ 사회를 구축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10년 전에 취임한 시 주석의 최대 임무는 이 과제를 마무리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 중산층이 무너져 인구 피라미드상 밑바닥에 해당하는 빈곤층(BOP)이 두터워지고 이들이 느끼는 경제고통지수는 공산당 창당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 시 주석은 샤오캉 사회 구축 실패에 따른 반성조차 없이 오히려 작년 10월엔 절대 군주에 해당하는 ‘영수’로 등극했다.
둘째, 목표 성장률을 연속해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계획경제에서 목표 성장률 달성 여부는 최고통수권자의 능력과 직결된다. 지난 1분기 성장률 4.5%를 놓고 중국 내부에선 예상치인 4%를 웃돈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 시각은 목표 성장률 하단인 5%에도 못 미친 것에 주목했다.
중국 경제의 앞날도 밝지 못하다. 단순생산함수(Y=f(L, K, 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로 성장 잠재성을 추정해 보면 △노동에서는 ‘인구절벽’ △자본에서는 낮은 자본장비율(K/L)과 토빈 q 비율 △총요소생산성에서는 부정부패와 제도 미비 등으로 인해 2030년부터는 3% 달성도 어려운 것으로 나온다.셋째, 위안화 국제화 과제도 흔들리고 있다. 시진핑이 영수로 등극한 이후 위안화 국제화 과제의 바로미터인 위안화 가치가 추세적으로 떨어지면서 급기야는 포치선마저 내주는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다. 노무라홀딩스는 위안화 가치가 올해 안에 달러당 7.3위안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위안화 국제화 과제는 미국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전후로 두 단계로 나뉜다. 1기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준비통화에 편입될 만큼 성과를 낸 시기다. 2기에는 1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탈(脫)달러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바이든 정부의 견제에 밀리는 분위기다. 위안화 가치가 흔들린다면 탈달러화 구상은 요원한 일이다.넷째, 지난 주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탈리아의 탈퇴 논의를 계기로 일대일로 계획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참가국의 경제 예속화’라는 숨은 의도를 품은 이 계획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 초기 참가국인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이 국가부도에 몰리면서 IMF에 손을 벌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들어서는 1970년대 초반 미국의 중남미 세 확장 과정에서 나타났던 종속이론이 중국을 대상으로 나오고 있다. 일대일로의 전신인 해외자원 확보 계획에 참여했던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원 주권 찾기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국가들은 중국, 미국 이외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어 경제 다극화 현상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째, 미국과의 경제패권 다툼에서도 밀리는 분위기다. 시 주석의 또 다른 야심작인 ‘제조업 2025’ 계획은 바이든 정부에 막히면서 작년부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들어서는 2차전지, 전기차, 항공우주 등 거의 모든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시진핑의 야망이 물거품이 된다면 그 결과는 ‘차이나 엑소더스’ 현상이다. 올 들어 중국에 투자했던 외국 기업은 바이든 정부의 리쇼어링, 니어쇼어링, 프렌드쇼어링 정책과 맞물려 미국과 인도를 비롯한 제3국으로 빠르게 이전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중국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마저 한국과 일본으로 이탈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과연 중국이 미국과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전략을 고집해 중진국 함정에 빠질 것인지, 아니면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축소)’ 전략으로 수정해 미국과 공존을 모색하면서 또 한번 팍스 시니카 야망을 모색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시기가 닥치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시진핑의 운명도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