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미룬 연금개혁, 윤 대통령 임기내 보험료 최소 2%P 올려야 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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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용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장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장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동민간자문위원장으로 연금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용하 순천향대 IT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 임기 중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최소 2%포인트 이상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회가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1% 이상으로 높이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 30년 가까이 연금개혁 논의에 참여해온 전문가다. 정부의 연금개혁안 마련을 앞두고 최근 한국경제신문 회의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2007년 이후 개혁 불발
기금소진 2060→2055년으로
일단 원위치라도 시켜놔야
70년 뒤에도 연금 주려면
보험료율 17.9%까지 올려야
개혁은 '합리'보다 '합의' 중요
상대 설득하지 못하면 실패
▷연금개혁 논의가 별로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일단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은 정부가 맡고 국회는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과의 연계, 퇴직금의 연금화 등 구조개혁에 집중하는 것으로 줄기를 잡았습니다. 정부안은 오는 8월 공청회에서 일부 윤곽이 나오고 10월에 확정됩니다. 본격적인 논의는 그때부터가 시작입니다.”
▷모수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까.
“이번 정부에서 ‘보험료율 10%의 벽’을 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부 임기 중 보험료율을 최소한 2%포인트 높인 뒤 10년여의 시간을 두고 15% 이상으로 올려야 합니다. 보험료율을 인상하려면 국민연금 급여를 도출하는 산식에서 소득재분배 비중은 줄이고, 보험료를 낸 만큼 (연금을) 더 받는 소득비례 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 현행 제도대로면 보험료율을 단기에 13% 이상 높이면 고소득층은 낸 돈만큼 연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왜 ‘최소 2%포인트’입니까.
“2007년 제2차 연금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이 60%에서 40%로 낮아지면서 기금 소진 시점이 2047년에서 2060년으로 늦춰졌습니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인구구조가 악화하는 동안 개혁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지난 3월 발표된) 이번 재정계산에선 소진 시점이 2055년으로 앞당겨졌습니다. 2%포인트는 소진 시점을 다시 2060년으로 늦추기 위해 필요한 수치입니다. 최소한 지난 정부가 개혁을 미룬 책임만큼은 윤석열 정부가 털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험료율은 궁극적으로 얼마까지 올려야 할까요.“70년 뒤에도 기금 적립액이 최소 1년 치 연금 지급액(적립배율 1배) 정도는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앞서 연금개혁에 나선 선진국들이 내건 기준입니다. 국민연금이 70년 뒤 적립배율 1배가 되려면 보험료율을 현재(9%)의 두 배인 17.9% 이상으로 높여야 합니다.”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건 어떻게 보십니까.
“최소한 국민연금이 부채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소득대체율을 높인다면 그만큼 보험료율을 더 높여야 합니다.”▷연금특위에선 어떤 논의를 하고 있습니까.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공론화입니다. 국민연금은 설립 8년 만인 1996년부터 개혁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그런데도 연금개혁을 (제대로) 못한 이유는 대안을 몰라서가 아니라 아직도 국민의 생각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간 정치권은 의견 수렴이 덜 됐다는 이유를 들며 개혁을 미뤄왔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500명의 국민 대표단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연금개혁 방향에 대한 숙의 절차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개혁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 아닌가요.
“공론화는 여론조사와 다릅니다. 국민 대표단을 꾸리고 우리 연금제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주면 이들이 숙의 과정을 거쳐 개혁의 방향을 정하는 것입니다. 연금개혁의 목표를 재정 안정과 노후소득 보장 중 무엇으로 잡아야 하는지, 소득 하위 70%에게 기초연금을 주는 게 바람직한지 등 그동안 실체가 불분명한 여론을 이유로 유보해온 문제들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큰 방향이 정해지면 개혁에 속도가 붙고 정권을 초월한 합의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공론화가 가능할까요.
“국민이 얼마나 연금개혁 문제에 열의를 갖는지가 중요합니다. 정치권이나 정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가 달려 있으니 누가 먼저 나서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국민의 여론입니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수익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금운용 분야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히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최근 10년 수익률이 연평균 10%에 달합니다. 국민연금에 CPPIB와 같은 수익률을 기대하려면 최소한 운용역들의 투자 여건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해야 합니다. 운용역 한 명당 운용자산 규모를 비교해보면 CPPIB는 2600억원인데 국민연금은 2조원이 넘습니다. 우수한 인재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올 수 있도록 공공기관 기준에 맞춰진 규제를 풀고 그만큼 더 투자해야 합니다.”
▷연금개혁의 성공을 위해 한 가지 제언을 한다면.“오랜 기간 연금개혁 논의에 참여하면서 개혁은 ‘합리’보다는 ‘합의’가, ‘최선’보다는 ‘차선’이나 ‘차악’을 고르는 과정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있다고 해도 상대편을 끌어안지 못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황정환/허세민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