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기 칼럼] 실패하면 좋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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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무작정 상경(上京) 소년” 필자는 공고(工高) 입학 시험을 봐서 떨어졌습니다. 유명한 실업계 학교에 시험을 봐서 떨어졌으면 창피하지도 않을 텐데, 부끄러워서 말도 못하고 2차를 봐야 할지 그냥 시골로 되돌아 내려가야 할지 고민을 하면서 며칠을 기다리다가 결국 2차를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떨어지면 돈도 떨어지니까 귀향(歸鄕)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실패없는 성공이 있을까?
그런데 붙었습니다. 재수가 좋은 거였습니다. 실력이 없는 건 1차 시험에서 판결이 났기 때문입니다. 어느 고등학교를 갔다는 말도 못하고 3년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공장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소를 들어갔습니다. 1년 정도 기술교육을 받고 공장에 배치가 되었습니다. 3개월이 지날 무렵, 공장 안에서 시험이 있었습니다.그냥 화가 나서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1등을 했습니다. 또 창피할까 봐 열심히 한 덕분입니다. 시골에서 공부를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떨어지고 나니까, “내 꼬라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잘 나가던 한국에 외환위기가 왔습니다. IMF로부터 긴급 자금을 수혈 받았지만, 당시 한국은 전국적으로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감원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저도 예외일 수 없어서 15년 이상, 잘 다니던 일류회사를 나왔다가 또 다른 회사를 들어갔는데, 2년 만에 문을 닫는 바람에 다시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싶어 뉴욕과 라스베가스를 돌아다니며, 어느 미국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지만, 잠시 머물다가 견디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사막과 카지노 구경만 실컷 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쌓고 왔습니다. 그때 읽은 책, 나폴레옹 힐의 “성공의 법칙(The Law of Success)”를 읽고 강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초보 강사에게 좋은 강의가 주어질 리가 없어서, 책도 쓰고 번역도 하면서 준비를 했습니다.그럭저럭 1년이 지날 무렵 첫 작품의 책이 나오고, 어느 교수와 함께 책도 번역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강의를 하지 않고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하면 더욱 성공했을지도 모르지만, 18년째 하고 있는 강의와 책 쓰기, 번역 등은 적성에 딱 맞는 듯 합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려고 했던 “계획의 실패” 덕분에 전혀 예측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 정년이 없는 자유직업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 감사할 뿐입니다.
직업(Job)과 일(Work)의 균형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의사나 판/검사가 직업으로는 아주 좋지만, 일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개인 사업을 하는 분들도 속내를 살펴보면, “일과 직업이 동일하게 좋은 사례”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여러 번의 실패와 실수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배우고 느낀 덕분에 새로운 충격을 완화하면서 버틸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다행입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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