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숄츠 "車 반도체부터 군사정보까지 협력"

한·독 30년만에 서울서 정상회담

바이오·청정에너지 등 교역 확대
수교 140년 핵심 우방국 재확인

DMZ 방문한 숄츠 "매우 큰 슬픔"
윤석열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1일 차량용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숄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독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조속히 체결해 방위산업 공급망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한·독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직후인 오후 8시께 열렸다. 숄츠 총리도 이날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히로시마에서 곧바로 방한했다. 독일 총리가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건 1993년 헬무트 콜 총리 이후 30년 만이다.

두 정상은 올해 한·독 수교 140주년을 맞아 양국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핵심 우방국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모두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강국”이라며 “세계 경제 불안정성과 지정학적 갈등이 심해지고 글로벌 공급망이 급속히 재편되는 과정에서 양국이 공급망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양국 간 교역·투자 관계를 반도체와 바이오, 청정에너지 등 첨단산업과 방위산업 등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숄츠 총리는 “전기차나 배터리 생산 부문에서 한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양국이 자동차 제조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언급하며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숄츠 총리는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 전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해 “이 지역(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규탄했다.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독일은 30여년 전 분단을 극복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쓰디쓴 현실에 직면한 점을 눈으로 확인하며 매우 큰 슬픔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두 정상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 숄츠 총리는 “한국·일본 등과 협력을 추진하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유럽연합(EU)에서 추진 중인 여러 경제입법의 성안과 시행 과정에서 한국 측과 긴밀히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윤 대통령은 지난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후로 G7은 물론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 소속 주요 국가 정상과 모두 만나 ‘분단위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외교 슈퍼위크는 17일 서울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으로 시작했다. 19일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베트남 및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이어 20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과 만났다.

21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아잘리 아수마니 코모로 대통령 등과 양자회담을 했다.

히로시마=오형주/도병욱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