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사냥꾼' 켑카, LIV골프의 반란을 완성하다

메이저 PGA챔피언십에서 LIV선수로 첫 우승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33.미국)가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챔피언십에서 세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가 후원하는 LIV 골프 소속 선수로는 첫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켑카는 22일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오크힐 컨트리클럽(파70·7380야드)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총상금 175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4개를 묶어 3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1타가 된 켑카는 공동 2위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 스코티 셰플러(미국·이상 7언더파 273타)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315만 달러(약 41억8000만원)이다. 켑카는 메이저대회에서 유독 강하다. 이번 우승은 그의 PGA투어 통산 9번째 우승이자, 5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이 가운데 3승을 PGA챔피언십에서 거뒀다. 그래서 그에게는 '메이저 사냥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번 우승은 PGA가 배척해온 LIV 선수의 첫번째 메이저 대회 정복이다. 켑카는 지난해 초까지 "LIV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다 갑자기 같은해 6월 LIV골프 출범과 함께 이적을 선언했다. PGA투어는 격분했고, 그를 비롯해 LIV골프로 떠난 선수들에게 PGA투어 출전을 금지시켰다.

LIV골프 행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무릎부상이었다. 그는 2021년 초 무릎 수술 이후 정상적인 투어활동을 하지 못했다. PGA투어에서 미래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LIV골프행을 결정한 것. 지난달 마스터스 대회에서 그는 "무릎이 아파 침대에서 나오는데 15분이 걸렸다"며 "타이거 우즈의 고통을 가장 잘 이해할 사람이 바로 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수가 적고 54홀 라운드만 하는 LIV골프에서 그는 건강을 회복했다. 올 초부터 몸이 좋아지면서 LIV에서 2승을 거뒀다.

PGA투어는 자신들의 대회에는 LIV 선수들의 출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4대 메이저는 LIV 선수들을 막지 않았다. 지난달 열린 마스터스 대회는 PGA투어 선수들과 LIV 선수들의 두번째 맞대결이었다. 켑카는 이 대회에서 내내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날 욘 람(스페인)에게 역전패 당했다.

그날 대회를 마치고 켑카는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며칠간의 고민끝에 그는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마음가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진=AFP
두번째 메이저 출전에서 켑카는 달랐다. 한 타 차 선두로 호블란과 같은 조에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켑카는 초반 2∼4번 홀 연속 버디로 기세를 올리며 지난달 마스터스 준우승의 아쉬움을 떨쳐내려는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6∼7번 홀 연속 보기로 전반 한 타를 줄이는 데 그쳤고, 호블란도 전반 한 타를 줄이며 켑카의 한 타 차 리드가 이어졌다.

켑카는 12번 홀(파4)에서 3m가량의 버디 퍼트를 떨어뜨리며 두 타 차로 벌렸으나 다음 홀(파5)에서 호블란이 버디로 응수하며 접전이 이어졌다. 켑카는 13번 홀에서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하고 다음 샷이 홀을 3m 정도 지나가며 위기를 맞았지만, 어렵게 파를 지켜내 선두를 유지했다. 여기에 두 조 앞에서 경기한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14번 홀(파4)까지 4타를 줄이며 켑카에게 두 타 차로 따라붙어 우승의 향방을 쉽게 점칠 수 없었다.

하지만 켑카와 호블란이 14번 홀에서 나란히 버디를 써내 사실상 2파전으로 좁혀졌고, 16번 홀(파4)에서 켑카가 쐐기를 박았다. 호블란이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고전하다 네 번째 샷 만에 그린에 공을 올리며 더블보기를 적어냈고, 켑카는 홀 1m 남짓한 곳에 붙이는 완벽한 두 번째 샷으로 버디를 써내 순식간에 4타 차를 만들며 승기를 굳혔다.이날 우승으로 켑카는 2021년 이후 잊혀졌던 자신의 별명 '메이저 사냥꾼'을 골프팬들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또 우승 트로피인 PGA 챔피언십의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LIV 소속 선수가 들어 올리는 상징적인 장면도 남기게 됐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