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영혼의 춤 '지젤'…봄의 끝에 만나는 불멸의 사랑 노래

[댓글 기대평 이벤트]
-자세한 내용은 기사 하단에 있습니다

국립발레단, 오는 5월 23일부터 공연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서 나흘간

낭만발레의 정수이자 모든 무용수들의 꿈
데이지 로즈메리 백합 등 세 가지 꽃
흰 튀튀 입은 '윌리'의 군무, 발레의 대명사로
슬프고도 아릅다운 발레의 명작 '지젤'이 국립발레단의 발끝에서 다시 태어난다. 국립발레단은 오는 23~27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지젤'을 올린다. 2011년 초연 이후 국립발레단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로 자리잡은 작품이다.


19세기 낭만주의의 끝을 보여준 지젤


'지젤'은 1841년 프랑스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됐다. 사랑에 배신당한 처녀 유령 ‘윌리 설화’를 바탕으로 프랑스의 시인 테오필 고티에가 만든 작품이다. 아름다운 시골 처녀 지젤이 정체를 숨긴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에게 배신당해 슬픔 속에 죽어 유령 윌리가 되는 비극이다. 고티에는 <독일, 겨울이야기>에서 숲속을 지나가는 남자들을 유혹해 날이 밝을 때까지 춤을 추다 죽게 만드는 '윌리'의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받았다. <지젤>의 대본을 받아 본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레온 필레 감독은 바로 제작이 들어갔다고.
'지젤'이 만들어진 19세기는 사회 전반에 낭만주의 바람이 불던 때다.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 전쟁, 산업혁명 등 유럽사의 역사적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던 때다. 사람들은 각박한 현실 대신 화려한 환상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움의 극치를 선보이는 군무와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스토리, 서정적인 음악에 당시 관객들은 열광했다. 왕족과 귀족의 전유물이던 발레가 대중적인 장르로 탈바꿈시킨 것도 바로 지젤이었다.

윌리는 남자를 유인해 죽을 때까지 춤을 추게 하는 귀신이다. 이번 공연은 1991년 파리오페라극장 발레단 부예술감독이었던 파트리스 바르와 외젠 폴리아코프가 다시 안무를 만든 버전이다.

박슬기 심현희의 무대 …첫 지젤 데뷔하는 조연재

'지젤'은 무용수들에게도 꿈의 작품이다. 난도 높은 테크닉을 선보여야 해서다. 이뿐만 아니라 1막에서의 순박한 시골 처녀 지젤과 2막에서 죽어서 유령이 된 지젤은 전혀 다른 인물이 되기 때문에,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 깊은 감성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파드되, 알브레히트의 앙트르샤 시스(제자리에서 공중으로 뛰어올라 두 다리를 앞뒤로 여섯 번 교차하는 동작) 등이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선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슬기와 김리회를 비롯해 조연재, 심현희 등이 지젤로 무대에 선다. 차세대 주역무용수로 꼽히는 드미솔리스트 조연재는 이번 공연을 통해 지젤로 처음 데뷔한다. 국립발레단은 "'지젤'은 2011년 초연 이후 매 공연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중"이라며 "낭만 발레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 가지 꽃, 새하얀 '발레 블랑'…관람 포인트 3

지젤에는 데이지, 로즈메리, 백합 등이 등장한다. 순수와 희망의 꽃말을 가진 데이지는 사랑을 점치는 데 쓰인다. 죽음을 상징하는 로즈메리, 순수하고 숭고한 사랑을 뜻하는 백합이 어느 장면에서 쓰이는 지 눈여겨 보면 좋다. 음악을 귀 기울여 들으면 지젤의 아름다운 장면들이 더욱 극대화된다. 당시 오페라 작곡가였던 아돌프 아당이 작곡한 곡으로 극 초반부터 끝까지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라이트 모티브'로 구간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젤의 하이라이트는 1막에서 지젤이 연인의 배신을 깨닫고 광란으로 치닫는 '매드 씬'. 모든 무용수들이 꼭 도전하고 싶어하는 절정의 연기가 펼쳐진다. 2막에선 새하얀 튀튀를 입은 무용수(윌리)들이 영혼의 춤을 추는 군무 장면을 놓칠 수 없다. '발레 블랑(백색 발레)'으로 불리는 낭만 발레의 정수를 보여준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